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 시위 사태 향방 가를 중대 분수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파-친중파, 18개 구 452석 의석 놓고 '결전' 벌여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시위 영향으로 민주파 유리 전망

폭력시위 반감·인구 40% '외지인' 차지한 점 등은 변수로 작용

연합뉴스

홍콩 센트럴에 모인 시민과 직장인들
(홍콩=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2일 오후 홍콩 센트럴 익스체인지 스퀘어 앞에서 열린 '런치 위드 유(점심 함께 먹어요) 시위'에서 홍콩 시민과 직장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2 yatoya@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가 시위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이번 선거에서는 6개월째 이어져 온 시위 사태의 영향으로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친중파 진영은 '침묵하는 다수'가 표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수세에 몰린 시위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친중판 진영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둘 경우 시위대의 기세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격렬했던 홍콩 시위의 흔적
(홍콩=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1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에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과 고무탄을 막기 위해 설치해놓은 우산들이 놓여 있다. 2019.11.21 yatoya@yna.co.kr



◇ 구의원 선거 결과 따라 '행정장관 선거인단' 117명 싹쓸이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 24일 선거에는 유권자 413만명이 일반 투표소 610여 곳과 전용 투표소 23곳 등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홍콩 선거는 18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으며, 유권자로 등록해야만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홍콩 구의원은 의회인 입법회 의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현재 입법회 의원 69명 중 24명이 구의원이다.

무엇보다 구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기 때문에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연합뉴스

'가이 포크스' 가면 쓴 홍콩 반정부 시위대
(홍콩 AFP=연합뉴스)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가 5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해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이날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홍콩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가면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leekm@yna.co.kr



◇ 민주파 진영 승리 가능성 커…친중파 "침묵하는 다수 있어"

2015년 구의원 선거의 승리로 현재 친중파 진영은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이 115명의 구의원을 거느린 것을 비롯해 친중파 진영은 327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를 모두 지배하고 있다.

반면에 범민주 진영은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에 그친다. 민주당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구의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음으로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6개월째 이어져 온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 때처럼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3년 홍콩 정부는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였다가 50만 명이 참여한 반대 시위에 밀려 이를 철회했는데, 당시 수개월 후 치러졌던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번 2015년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상당수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며 패배를 맛보았지만, 이번에는 모든 선거구에서 범민주 후보를 내세우면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친중파 진영은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도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졌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24일 선거에서 표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여론조사에서 대학과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에 대해 홍콩 시민 54%가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46%에 달한 것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연합뉴스

연행되는 홍콩이공대 시위자
(홍콩 EPA=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9일 홍콩이공대 캠퍼스를 탈출하려던 한 시위자를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 '외지인' 표심도 변수…선거 결과 시위 향방에 큰 영향

홍콩 출신이 아닌, 중국 본토 출신 등의 외지인이 많다는 점은 이번 선거에서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인구 조사를 보면 주민 734만 명 가운데 홍콩에서 태어난 사람은 445만 명으로 60%를 간신히 넘겼고, 31%인 227만 명은 중국 본토, 마카오, 대만에서 태어났다.

중국 본토나 마카오 출신은 아무래도 친정부 성향이 강한 만큼 이것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선거 결과는 시위 사태의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대응 방침 등으로 최근 들어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시위대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도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친중국 진영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다면 그렇지 않아도 수세에 몰린 시위대의 기세가 더욱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패배를 우려한 친중파 진영이 시위 사태를 핑계로 선거를 연기할 가능성도 거론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 자체가 줄어든 데다, 시위대도 선거 연기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이번 주 시위를 자제하고 있는 만큼 선거 연기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리샤오빙 중국 난카이대 교수는 "중앙 정부는 이번 선거가 친중 진영에게 매우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게 최선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