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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레넌벽' 잇단 철거… 학생들 "중국 눈치 보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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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중앙도서관 측 "신청 절차 안 거쳤다" 철거

外大서도 대자보 모두 떼내

학생들 "비민주적 행위" 비판

대학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학교 당국들의 요구로 잇달아 철거되고 있다. 학교 당국은 국내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를 둘러싼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중국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서울대 학생들에 따르면,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이 학교 중앙도서관 벽면에 설치했던 레넌벽(홍콩 시위 지지 메모를 붙이는 게시판)이 20일 학교 측 권고에 따라 철거됐다.

서울대 김명환 중앙도서관장은 안내문을 통해 "이곳에 게시물을 걸 때는 반드시 도서관 행정실의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신청 절차를 무시한 게시물은 즉시 철거할 예정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이든 반대하는 학생이든 신청 절차를 거쳐 게시물을 부착하기 바란다"면서 "정치적 견해 표명이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게 과도한 표현이나 자극적인 형식은 피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학교 측이 대자보에 대해 별도 공지문을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 간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도 지난 19일 홍콩 시위 지지 내용의 대자보가 모두 철거됐다. 한국외대는 국제교류처장과 학생인재개발처장 공동 명의 입장문에서 "무책임한 의사 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교내 부착 및 관련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학교는 학내 구성원의 안전을 지키고 면학 분위기를 유지할 의무를 지고 있다"며 "물리적 충돌로 인한 인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시 내 주요 대학에서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둘러싼 한·중 학생 간 갈등이 폭력과 신상 털기 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박도형(21·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씨는 "그동안 학생 누구나 자유롭게 붙여왔던 대자보에 대해 학교가 입장문까지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대학 당국들의 홍콩 항쟁 관련 대자보 철거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인 해결책을 가로막는 비민주적인 행위"라며 "대학 측은 홍콩 항쟁 관련 대자보를 둘러싼 한·중 학생 간의 교내 갈등을 중재하고, 민주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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