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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제안과 미국 압력, 꿈쩍 않던 일본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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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왼쪽 세 번째)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발표 후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뒤는 고민정 대변인과 유송화(오른쪽) 춘추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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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을 6시간 남짓 앞두고 양국 정부가 최종 합의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외교라인 사이에서는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패키지딜’을 둘러싼 막판 물밑 조율이 부산하게 오갔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외교안보 라인 간 공식ㆍ비공식 접촉이 이어져 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소미아 종료를 닷새 앞둔 이달 18일 미국을 방문해 막판 중재 노력을 당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장관과 4차례 만나 장외 설득전을 편 것도 대화로 사태를 풀어가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평가했다.

꿈쩍 않던 일본이 긍정적인 변화 조짐을 보인 건 일주일 전쯤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사태 해결 전망은 막판까지 불투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오늘 출근할 때만 해도 50대 50이었다”고 했다. 전날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극적 반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우리 정부가 전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방일 당시 제안했던 ‘1+1+α’(한ㆍ일 기업 및 국민 성금)를 골자로 하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해법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이 주효했다. 일본 정부도 유사한 방식의 대안을 우리 측에 제시했다. 세부 사항에서는 입장 차가 여전하지만 난제와도 같았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되자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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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한·일 입장.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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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줄기찬 중재 압력도 사태 봉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이 지소미아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해 설득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낸 것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갈등 봉합 조짐은 이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정경두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면서 정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점쳐졌고, 강 장관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최종 확정하면서 극적 반전설이 돌았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합의가 사실상 마무리되자 이날 오후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일본이 수출규제에서 물러서고,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면서 접점이 찾아졌다. 극적 반전이 공식 확인된 것은 오후 5시쯤 일본 NHK가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는 1보를 타전하면서다. 같은 시각 청와대도 1시간 뒤 지소미아 관련 브리핑 일정을 갖겠다고 공개하면서 극적 타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일관계는 단시일 내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양국 간 대화를 하기로 물꼬를 튼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이번 발표를 평가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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