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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고강도 압박 한몫… 日 수출규제 철회까진 ‘산 넘어 산’ [지소미아 종료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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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피한 韓·日 양국 / 靑 “7월1일 이전 상황 복귀” 못박아 / “화이트리스트 복원도 한·일 간 양해 / 지소미아 언제든 종료… 日과 균형” / 日선 수출규제와 무관 강조 시각차 / 적극적 해법 도출 여부도 미지수 / 강제동원 거론하며 시간 끌 수도

세계일보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에 대한 ‘조건부 연기’를 결정한 것은 일본과의 갈등 해결이 아닌 ‘봉합’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안보협력 대열을 유지해야한다는 미국의 압박과 함께 한·일 관계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이 갈등 봉합이 아닌 해결을 위해선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 논의를 위한 대화를 놓고 양국의 시각차가 엿보인다. 한국은 지소미아와 수출규제가 연계돼 있다고, 일본은 무관하다고 각각 강조해 양국 실무 협상에서 진통이 예고된다. 일각에서 우리가 ‘현금(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을 주고 ‘어음(수출규제 논의)’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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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수출규제’ 연계전략 깼을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 한국을 다시 포함하고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가 철회돼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철회할 수 있다”며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3개 품목의 경우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통해 백색국가 복원도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대해 한·일 간 양해가 됐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합의에 대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강제 동원 연계전략을 한국의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연계전략으로 깬 것이 이번 합의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우리 역시 지소미아를 언제든 종료할 수 있으므로 일본과 균형을 이룬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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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정부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이번 합의가 강제동원 문제와 수출규제를 연계하는 일본 전략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 문제에 강제동원 문제를 완전히 거론하지 않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국장급)을 포함해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이날 지소미아 종료와 수출규제 논의가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건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통해 백색국가 복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양국 합의에 따라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이라는 전제가 달린 ‘국·과장급 정책대화’가 진행된다면 수출규제 철회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가 연기된 만큼 일본이 수출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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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강도 압박 영향 미친 듯…시간 많지 않아

미국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통상적 수준의 ‘관여’를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7월1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각의를 열기 전 ‘휴전 협정’을 내놨을 때처럼 구체적인 미국의 중재안 제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이 태도를 바꾸고, 한·일이 한 발짝씩 물러선 데는 미국의 고강도 압박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비공개로 일본을 방문하면서도 분위기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강제 동원 문제 해결 없이 수출 규제 철회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빠른 양국 협의를 통해 변곡점을 살려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국간 현재 신뢰가 높지 않은 만큼 이번 합의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일본은 강제 동원 문제의 해법이 도출되기까지 시간 끌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합의에 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러자면 지소미아 개정이 필요한데 일본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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