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소식통이 전한 결렬 원인
한국, 분담금 협정문 근거 “1년 연장”
내년에도 올해 액수 내겠다는 뜻
“미국, 한국이 총선까지 끈다 여겨”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지난 19일 호텔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장으로 향하는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드하트는 한국 측의 방위비 동결 요구에 협상장을 나가버렸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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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방위비 분담금(SMA)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연말 한·미 관계의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24일(현지시간)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협상대표가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렸던 3차 협상 도중에 나가 결렬을 선언한 건 한국 측이 올해 10차 분담금 협정(SMA·1조389억원)의 1년 연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 협상팀은 ‘양국이 서면 합의로 12월 31일 만료 전에 협정을 연장할 수 있다’는 SMA 제7조를 근거로 이같이 요구했다. 올해 분담금 협정을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한다는 것은 올해 미국 측에 지급한 액수를 내년에도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뜻이 된다.
이에 드하트 협상팀은 “방위비 분담금을 전혀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자는 얘기”라며 다음달 협상 일정도 잡지 않고 협상장을 나가버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협상팀은 협상에서 그간 방위비 분담금으로 요구해 왔던 50억 달러와 관련, “50억 달러를 다 받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다”며 “과거처럼 점진적 증액 방식의 다년 협정으로 복귀하자”는 새로운 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도 금액 또는 %로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은 “기존 SMA 틀을 깨는 새로운 분담 체계에 따른 증액 논의는 불가하다”며 “연말까지 결렬을 피하려면 일단 1년을 연장하자”고 맞섰다.
이는 미국 협상팀이 ‘1년 단위 분담금 협상’ 및 ‘50억 달러 고수’에서 물러설 테니 한국 측은 자체적인 인상안을 들고 오라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은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비용, 군사건설비라는 SMA 3개 항목 외에 다른 항목을 넣자는 미국 측 제안을 원천 거부했다. 드하트 대표는 협상 결렬 성명에서 “우리는 조정할 준비까지 하고 왔는데 한국 협상팀은 우리의 공평한 분담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공개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연장 제안을 내년 총선까지 버티겠다는 시간 끌기, 노딜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앞서 9월 23일 뉴욕 정상회담 때 연말을 합의 시한으로 못 박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소식통은 “방위비 협상이 올해를 넘길 경우 미 행정부 관리들은 물론 의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대응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통화에서 “미국의 방위비 50억 달러 요구가 터무니없기 때문에 한국의 SMA 1년 연장 제안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게 동결하자는 의미라면 얘기가 다르다.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버팀목인 의회도 비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고, 백악관 우파와 청와대 좌파가 북한을 고려해 이를 수용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앞서 23일 ‘66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공동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협상 실패를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면 철수의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공개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기소 목록엔 한국의 공평한 분담금 지급 거부뿐 아니라 미국·일본에서 이탈해 중국에 기울었다는 혐의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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