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인권재단’ 설립해 위자료 지급하는 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내놓은 ‘2+2+α’ 방안을 두고 피해자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2+α안은 한일 양국 정부와 기업, 국민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이 안의 세부내용이 공개된 직후부터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항의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뉴스1 |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의장은 한일 양국 정부(2)와 기업(2), 국민(α)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 등으로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을 연내 발의할 방침이다. 기억인권재단은 독일 정부와 기업이 과거 나치 시절에 대한 배상을 위해 2000년 설립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본떠 만드는 재단이다. 문 의장의 안에는 기억인권재단을 통해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이 ‘대리 변제’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안은 정부가 지난 6월 일본에 제안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조성해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 방안과 달리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그 대상으로 한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1년 6개월 이내에 위자료를 신청하는 피해자들은 심의를 거쳐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7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2+2+α’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
앞서 일본은 우리 정부의 1+1 안에 반대했다.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가 최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에 대한 해법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 의장의 안은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측은 문 의장 안에 대해 일단 “논평을 삼가겠다”며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등 2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회견에서 “문 의장의 안은 징용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일갈했다.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까지 포함한 점도 지적됐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 중인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피해자인 우리가 법을 만들어 가해자인 일본에게 영원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끝까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야겠다고 한다면 기억인권재단이 위로금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2+2+α안의 한계로 꼽힌다. 또 강제징용 등 피해자 규모가 최대 20만명에 달할 수도 있는데 문 의장 측이 1500명으로 추산해 재원을 계산한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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