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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영애의 '나를 찾아줘'...포기 말고 기억해주세요[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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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주연작 '나를 찾아줘' 촬영 현장(워너브러더스픽쳐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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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동 실종을 소재로 한 이영애의 스크린 복귀작 ‘나를 찾아줘’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섰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린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다.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등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촬영부터 음악까지 충무로 스타 제작진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특히 이영애는 신인감독 김승우가 쓴 시나리오를 읽고, 당시 투자배급사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6년 전 어린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정연(이영애)이 남편의 죽음 이후 한통의 제보 전화를 받고 낯선 섬마을로 아들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기대와 불안을 안고 실종된 아이가 있다는 곳에 도착한 정연은 그곳에서 자신을 경계하는 무리의 사람들을 만난다. 정연과 마을 사람들이 대립하는 과정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과 스릴을 안겨준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섬마을로 들어가기 전인 전반부, 정연이 극적으로 아들을 찾은 한 아이의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라든지 실종 아동 찾는 일을 돕는 청년이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오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반면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후반부는 마치 연극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실종된 아이가 일하고 있는 ‘만선낚시터’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인물군상의 모습은 언뜻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마치 우리 사회 축소판과 같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그 진실이 자신의 삶에 끼칠 여파를 따지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 진실이 자신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모르는 척 눈감기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만선낚시터의 중심에는 권력을 쥔 홍경장이 있다. 사냥이 취미인 홍경장은 경찰의 지위를 이용해 우리 사회 주변인인 낚시터 사람들의 삶을 쥐락펴락한다. 그는 이방인 정연이 자신이 관리하는 만선낚시터의 치부를 드러낼까봐 어떻게든 조용히 내?으려고 한다. “저 경찰인줄 아시죠”라고 여러 차례 말하는 그는 정연이 자신을 직접 공격하기 전까지 최대한 자신의 야비함은 숨긴 채 이성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한다.

마을의 큰 어른으로 보이는 낚시터 주인 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변화 없이 지속되길 바라는 기성세대다. 그들은 자신들이 거둬 키운 ‘부모 없는 아이’ 민수가 정연의 잃어버린 아들 윤수인지 여부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저 그 아이가 윤수가 아니라고 편한 대로 믿으며, 아이를 노예처럼 부려온 자신들의 치부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

낚시터 일꾼이자 전과가 있는 두 남자는 자신들을 거둬들인 홍경장의 말에 복종하며, 각자 본성에 따라 산다. 그중 강간·살인사건 피의자 ‘넙치’는 민수를 특히 많이 괴롭히고 학대한다. 반면 민수 또래 아들이 있는 ‘최반장’은 그런 민수를 다정하게 보살핀다. 하지만 정연이 자신의 일상을 위협하자 넙치보다 잃을 게 더 많은 최반장은 더 이기적으로 반응한다.

이처럼 홍경장을 비롯한 낚시터 사람들은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자기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한통의 장난전화가 빚은 참사를 시작으로 영화는 우리사회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차갑고 잔인한지 그 민낯을 서서히 드러낸다. 특히 ‘각자도생’이 일상화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을 목도하는 일은 때로는 비명과 탄식이 나올 정도로 불편하다.

영화의 후반부, 만선낚시터에서 탈출해 섬의 방파제까지 쫓긴 민수는 결국 파도에 휩쓸린다. 그 장면은 단지 한 아이의 침몰이 아니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이 가라앉는 것을 안타깝지만, 무력하게 지켜보던 비극적 풍경과 겹친다. 그리고 영화는 희망한다. 우리 사회가 실종된 아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찾기를. 그들을 잊지 말기"를.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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