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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2명 숨졌는데 사업주에 '집유'…이유는 "지역경제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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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심지어 노동자 12명이 숨진 사고가 났어도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최근 5년 동안의 판결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이수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12명이 죽어도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거죠.

[기자]

정확히 말씀드리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실형을 피해갔습니다.

지난 2012년에 풍랑예비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다 노동자 1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사업주 박모 씨에게 징역 1년 4월에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내렸습니다.

"박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공사를 수행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적었습니다.

[앵커]

거의 이런식입니까?

[기자]

물론 모든 판결문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책임자의 입장을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실형 비율 통계를 보면 전반적으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보다 책임자를 우선 고려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열명 중 아홉명이 실형을 피해갔고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은 3%가 채 안됐습니다.

재범 비율은 76%나 됩니다.

[앵커]

재범률이 이렇게나 높은데, 처음에 약하게 처벌을 받았던게 나중에 또 약하게 처벌받는 이유가 된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없다면서 또다시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들도 있었는데요.

낮은 형량이 또다시 낮은 형량의 근거가 되는 겁니다.

"사실상 법이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며 피해자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방법이 있습니까?

[기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형량은 최대 7년에 1억 원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이런 형량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양형기준이 고작 1년 반 정도로 낮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대법원이 양형 기준을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설득력이 있다는 반응들이 많습니다.

[한정애/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 양형 기준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으니 대법원에 요청을 해라.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를 반영시킬 수 있게 높여달라.]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수진 기자였습니다.

◆ 관련 리포트

회식비보다 적은 '벌금'만…노동현장 사고 '솜방망이 처벌'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695/NB11920695.html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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