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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모리뉴 총애도 좋지만, 손흥민이 원하는 건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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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소니’ 제대로 쓰고 있나

손,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불발

수비 부담 커지면서 한계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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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각) 맨유전에서 수비 부담 탓에 공격이 부진했던 토트넘 손흥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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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각)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열리기 전, 토트넘 구단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내가 토트넘에 온 지 이제 겨우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벌써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20일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조세 모리뉴(56) 감독의 시점에서 쓴 글인데, 실제로 모리뉴가 4일 기자회견에서 손흥민(27)을 칭찬한 내용이다. 모리뉴가 손흥민을 안아주는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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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구단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글 포스팅.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칭찬하는 내용이다. [토트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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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사랑에 빠졌다는 모리뉴, 정작 그의 손흥민 활용법에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토트넘은 5일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맨유에 1-2로 졌다. 모리뉴 부임 이후 연승행진을 네 번째 경기에서 멈췄다. 토트넘은 8위(5승5무5패)로 내려갔다. 맨유는 1년 전 모리뉴를 경질한 구단이다.

모리뉴는 부임 후 네 경기 연속으로 손흥민을 4-2-3-1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기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4 경기 중 3경기를 풀타임 뛰었다. 맨유전에서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에 실패했다. 후반 6분 슈팅은 상대 벽에 막혔고,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모리뉴는 첼시와 인터밀란 감독 시절부터 공격수의 수비 가담을 중시해왔다. 맨유전에서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수비에도 힘을 쏟았다. 그래서일까. 공격 능력을 100%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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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맵에서도 손흥민의 제한된 활동 범위가 드러났다. 최전방보다는 하프라인 부근과 왼쪽 측면에 더 머물렀다. [사진 후스코어드닷컴 캡처]


경기 후 히트맵(지역별 활동량을 온도로 표시한 지도)에서도 손흥민의 제한된 활동 범위가 드러났다. 팀이 수세에 몰리자 손흥민은 최전방보다는 하프라인 부근과 왼쪽 측면에 더 머물렀다. 공격형 윙어라기도다 수비형 윙어 같았다.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 시절, 윙 포워드나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역습 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골망을 흔들었다. 포체티노 경질 전 4경기에서 3골, 2도움, 슈팅 19개, 태클 2개였다. 반면 모리뉴 감독 부임 후 4경기에서 1골, 4도움, 슈팅 8개, 태클 9개다. 득점과 슈팅은 줄었고, 어시스트와 태클은 늘었다. 앞선 세 경기와 달리 이날은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었다.

7골을 기록 중인 원톱 해리 케인도 맨유전에서 수비에 많이 가담했다. 유효슈팅은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모리뉴가 ‘공격의 핵’으로 삼은 델리 알리는 전반 39분 환상적인 트래핑 후 세 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D-E-S-K 라인’ 중 델리 알리(D)만 살아나고, 나머지는 주춤한 상황이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맨유전에 교체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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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뉴 감독 부임 후 살아난 델리 알리(왼쪽). 반면 케인(오른쪽)도 수비에 많이 가담하며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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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전력상 손흥민의 수비 가담은 피치 못할 부분이다. 토트넘은 모리뉴 부임 후 4경기에서 연속 2실점 했다. 맨유전에서 왼쪽 수비수 얀 베르통언은 수비에 치중했고, 오른쪽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가 공격에 가담하는 비대칭 전술을 구사했다. 맨유의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에 오른쪽 측면에 뚫렸고 2골을 내줬다. 중앙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와 해리 윙크스의 연결도 매끄럽지 않았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축구에서도 질량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누군가 자유롭게 뛰면 누군가 수비해야 한다”며 “모리뉴는 부임 전부터 손흥민이 수비 가담도 열심이라는 걸 알았을 거고, 팀을 위해 수비에 가담하라고 요청했을 거다. 득점이 줄고 어시스트가 는 걸 보면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모리뉴 축구는 주전 의존도가 높아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우선 감독 요구에 부응하는 게 최선이지만, 본인 판단에 따라 이적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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