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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추미애 법무장관 지명…한국당 “사법장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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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압수수색 다음날 발표

추미애 “검찰개혁은 시대 요구”

검찰, 청와대 향한 수사 제동 우려

야권 “현역 불패 청문회 더는 없다”

검찰내 “윤석열 손발 자를 수도”

여권 “강단 있는 검찰개혁 적임자”

야당 “궁여지책·후안무치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 정치인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의 희망인 사법개혁을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바로 다음 날 추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추진력이 강한 추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혀 ‘윤석열의 검찰’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추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 소감 발표를 위해 사무실인 국회 의원회관 501호 앞에 섰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수십 명의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였다. 얼굴은 다소 상기됐지만 표정은 5분여 진행된 회견 내내 밝았다. 포토라인에 서면서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가 계속 터지자 웃으면서 “(소감 발표는) 셔터 소리 멈춰주시면 말씀드릴까”란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의 일성은 검찰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추 후보자는 “사법개혁과 검찰 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께서는 인권과 민생 중심의 법무행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님의 제안은 이런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풀어가자는 제안으로 생각된다.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 검찰’과 어떤 관계를 그려나갈지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다. 여당이 “정치검찰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마당이다. 추 후보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호흡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그런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추후 차차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그는 “대통령 메시지가 따로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따로 없더라도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함께 국민께 약속드렸으며,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많은 저항에 부닥치기도 하고, 그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당 대표까지 지낸 ‘힘센 장관’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를 향한 수사에 제동을 걸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힘센 장관’ 추미애 발탁 … 인사권 휘둘러 검찰 견제 가능성

중앙일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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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를 지냈고,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아홉 기수 위인 추 후보자가 임명되면 수사 지휘라인 교체 등 카드로 검찰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우려다.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말 검찰 간부급 인사 당시 대전·대구·광주고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간부직 6자리를 비워놨다. 고검장 인사가 나오면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가 줄줄이 자리가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추 후보자가 이러한 외관을 빌려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 지휘라인을 대거 물갈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내년 2월로 예정된 정기 인사를 아예 1월로 앞당겨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도 힘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사들의 비위를 감찰하고 피의 사실 공표 문제를 위법으로 엮어 수사를 견제하려 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한 간부급 검사는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은 건드릴 수 없더라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 핵심 수사라인을 바꿔버리면 사실상 손발을 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화되면 ‘산 권력’을 겨눴다가는 인사로 쓴맛을 볼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추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임하면 법무부 검찰 개혁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두 달 가까이 장관 자리가 비어 있었던 법무부에서는 ‘힘센 장관’인 추 후보자의 지명이 개혁 동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빌려 현재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 수사 부서 전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앞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1곳 축소 ▶중요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단계별 장관 보고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뒤늦게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실제로 법무부가 없애겠다고 보고한 41개 직접수사 부서 중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도 포함된다. 추 후보자가 이 부서들의 폐지를 추진할 경우 관련 수사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국가 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되지 않는지 잘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현역 불패 인사청문회는 더는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추 후보자의 임명이 내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은 추 후보자가 임명되면 ‘힘센 장관’을 내세운 법무부가 검찰 개혁을 고리로 청와대를 향해 수사 중인 검찰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내부적으로는 궁여지책 인사, 국민에게는 후안무치 인사”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당 대표 출신 5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건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대놓고 사법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구관(舊官)이라고 전부 명관(名官)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대표 시절, 최악의 들러리 대표라는 오명을 받으며 당 전체를 청와대 2중대로 전락시켰던 추 후보자다. 낯 뜨거운 청와대 옹호론만 펼치던 사람이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법무부 장관에 적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 후보자 지명을 환영하며, 법무·검찰 개혁의 완수를 기대한다”며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 경륜 있고 강단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정의당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지 않았다.

권호·김형구·김수민·김기정·윤상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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