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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열公story]평균연봉 6700 '철밥통' 아닌가요?…호봉제 포기 겨우 3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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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 평균 보수 근로자 2~4배 높아…성과반영도 어려워

문재인 정부도 손 못대는 공기업 연봉…직무급 도입 '먼길'

[편집자주]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전등을 켜고, 욕실에서 얼굴을 씻고, 지하철이나 도로를 이용해 삶의 터전으로 향합니다. 우리의 생활 갈피마다 '공(公)' 이라는 이름의 서비스와 행정, 기업활동이 스며있습니다. 공공기관은 요즘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입니다만 비정규직 차별, 하청 갑질, 방만경영, 철밥통이라는 이미지도 여전합니다. 공공기관은 국민들에게 애증의 대상으로 보입니다. 비리나 사건사고가 터지면 반짝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다가 이내 잊혀지곤 합니다. 공공기관 섹션 '열公story'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공공기관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가려 합니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부터 주요 이슈, 정책 분석까지, 국민들이 감사자로서, 소비자로서 알아야할 소식들을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뉴스1

서울 광화문역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11.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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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근무 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조직. 성과나 실력에 상관 없이 연봉이 늘어나는 회사. 공기업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철밥통' 이미지다.

이런 상태라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할까. 어렵고 힘든 일은 신참들에게만 떨어지고 권한과 지위를 갖는 고참들은 돈도 많이 받고 일도 수월한 것만 맡을 것이다.

이런 호봉제의 문제 때문에 어느 정부든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어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국민들은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일반 노동자보다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공공부문이 미래 성장동력도 아닌데 방만한 근무여건 때문에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지적이다. 임금도 민간기업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평균 수준에 눈높이를 맞추기 원한다.

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ALIO에 따르면, 공공기관 전체 339곳의 직원 평균 보수는 약 6724만원(2019년 예산 기준)이다. 근로자 평균 연봉 3634만원(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비해 1.9배가량 높다.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다. 전체 근로자 평균 3배에 육박하는 1억861만원. 연봉 꼴찌인 코레일관광개발도 3504만원으로 대한민국 근로자 평균 연봉 수준이다.

호봉제 개편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개별 직원의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성과급제)을 도입할지,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이나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른 구분(직무급제)을 도입할지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문재인 정부는 직무급 도입을 결정하고 대선 공약에 담았다. 그러나 집권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좀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공공기관 임금체계는 이전과 같은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기초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339곳 중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은 지난달 기준 3곳으로 1%도 되지 않는다.

◇성과연봉→호봉제…정권 따라 1년새 왔다갔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임 정부는 총급여 대비 성과연봉(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급여) 비율을 공기업 30% 이상, 준정부기관 20% 이상으로 하는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모든 공공기관에 제시했다.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총 인건비를 동결하고,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당시 계획이었다.

공공노조들이 장기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력 반발하자 정부는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 '강행'을 위한 법리까지 제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법률과 판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듬해 직무급제 도입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성과연봉제는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1개월 만인 2017년 6월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각종 불이익을 주기로 했던 방침을 철회하고, 노사합의에 따라 이전의 호봉제로 임금체계를 되돌릴 수 있도록 했다.

◇노·사·정 논의 시작 불구…직무급 도입 노조 동의 어려워

문재인 정부는 직무의 역할과 유형에 따라 연봉 구간을 구분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방침 하달보다는 노사 합의를 우선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완화'를 유인책으로 공공노조에 직무급제 도입을 설득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일부 노조는 직무급제를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나 다름없는 개악"이라고 보고 있다.

또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 완화가 아닌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서 설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직무급 도입을 위한 단초가 생겼다. 정부와 공공부문 노사는 지난달 22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위원회를 설립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핵심 안건으로 정했다.

공공기관 경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채용 및 직원 처우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노사 간 합의를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게 가야 될 길"이라며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사회적 대화의 틀에서 임금체계를 바꾸는 민감 사안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공기업 임금체계 개혁을 천명하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는 한 호봉제의 완고한 틀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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