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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또 5·18 피해자 찾은 노태우 장남 "신군부였던 父,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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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8월 2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 앞에 사죄의 뜻을 밝히고 참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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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53)씨가 또다시 광주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지난 8월 신군부 지도부 직계가족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은 것이다.

6일 오월어머니집 등에 따르면 노씨는 전날 오후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회원들과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노씨는 이 자리에서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직접 광주의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병석에 계셔서 여의치 않다”면서 “아버지를 대신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고백해야 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희생자를 향한 사죄의 뜻이 진정성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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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씨가 8월 23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남긴 방명록. [사진 국립 5·18민주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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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오월단체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신군부의 일원이었던 아버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평소 ‘역사의 과오는 바로잡고 가야 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었다. 그 뜻을 가족들이 공감하고 있어 장남으로서 광주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5·18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갖는 의미와 큰 뜻을 이해하게 됐다. 광주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월단체 관계자는 노씨에게 “이런 식의 사죄로는 오히려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 사과하고, 40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는 5·18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노씨는 배석자들에게는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개정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일정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위원을 포함해 3명이 동행했다.

노씨는 앞서 오전에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 복역 당시 입었던 수형복과 성경을 오랫동안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전시관 방명록에는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고 적었다.

한편 올해 86세인 노 전 대통령은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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