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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산업기술 R&D사령탑 임기 3년→2년+1회연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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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추락에 초대 황창규 단장급 인물 모시기 안간힘

정부가 산업 분야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는 R&D전략기획단장의 임기를 기존 3년 단임에서 2년씩 1회 연임할 수 있도록 바꾼다. R&D전략기획단은 옛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 미래산업 발전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으로 산업기술 R&D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예산 편성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단장은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며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초대 단장은 황창규 KT 회장, 2대는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역임했고 현재는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이 재임하고 있다.

단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조직의 위상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 임기를 늘려줌으로써 장기적인 R&D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전환되면서 외부 공모를 해도 중량감있는 인사가 지원하지 않는 상황도 임기를 늘린 이유로 보인다.

조선비즈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월 5일 오후 서울 한국생산성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제조업 르네상스 라운드테이블’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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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백만기 단장의 후임을 13일까지 외부 공모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3년 단임이던 R&D전략기획단장의 임기는 2년, 1회 연임 허용으로 바꿨다. 산업부는 "현행 규정은 R&D전략기획단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급격한 대내외 산업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적기에 R&D 투자를 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임을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R&D전략기획단장의 연임을 허용한 것은 산업부의 R&D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R&D전략기획단의 위상이 점점 줄면서 공모를 해도 무게감 있는 인사가 단장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기를 더 늘려줘서라도 단장을 데려와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우는 차관급이지만 단의 역할이 줄어들었고 산업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돼 왔다"며 "예전보다 위상이 줄어든 것은 물론 사실상 명예직으로 비춰지는 상황까지 가고 있는데 임기를 늘려 실질적인 R&D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2010년 R&D전략기획단이 처음 만들어졌던 당시 지식경제부는 현재의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합한 거대 부처였다.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가 전체의 R&D를 모두 컨트롤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에서 과학기술부문이 떨어져 나와 과기정통부로 분할되면서 R&D전략기획단의 역할은 산업부에 할당된 3조~4조원의 R&D예산만을 관리하고 편성하는 곳으로 축소됐다.

역할이 축소되면서 단장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줄었다. 초대 황창규 단장(현 KT회장)은 삼성전자 CEO를 역임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을 세계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린 인물이었고 당시 억대 연봉과 차관급 예우를 제공했다. 하지만 2대 단장부터는 단장직이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됐고 연봉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출근하고 거마비와 약간의 업무추진비만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오던 전통도 3대 단장부터는 깨졌다. 3년 임기를 채운 백 단장은 상공부 특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해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기획단장, 산업부 산업기술국장 등을 지낸 관료다.

대형 R&D사업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것도 R&D전략기획단의 역할이 축소된 이유다. 과거에는 500억원이 넘는 R&D예산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 진행할 수 있었는데 기재부는 예타과정에서 R&D전략기획단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하지만 R&D사업 예타 권한이 지난해 4월 기재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로 넘어가면서 R&D전략기획단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 전체의 R&D를 총괄하겠다고 만든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기정통부 소속이기 때문에 순수 과학기술에 대한 R&D투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R&D에 대해서는 고민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역할을 산업부 R&D전략기획단이 해줘야하는데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산업현장에 대한 R&D는 점점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장석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과기정통부에서 전체 R&D예비타당성 조사를 총괄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건설업, 해양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눠진 산업계의 R&D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에 전문성이 있는 R&D전략기획단의 역할에도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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