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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고집스러운 원칙·소신이 강점…소통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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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판사 시절 서점 압수수색 영장 기각

5선 국회의원 하면서 탈당 경력 한번도 없어

친한 의원 별로 없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거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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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첫 부임지가 춘천지법이다. 1986년 건국대 점거농성 이후 공안정국 서슬이 퍼렇던 시절 검찰이 춘천 시내에서 가장 큰 서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검사가 기재한 혐의는 경범죄처벌법상 ‘유언비어 유포’였다. 추미애 당직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다음날 알고 보니 전국 법원에 일제히 같은 영장이 접수된 것이었다. 다른 법원은 영장을 다 발부했다. 추미애 판사 혼자만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그 이후 법원장은 추미애 판사를 병아리 판사로 대하지 않았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영장 기각 사건은 ‘인간 추미애’ ‘정치인 추미애’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추미애 의원은 한마디로 고집이 무척 세다. 고집은 그의 장점이지만, 바로 그 고집 때문에 손해도 많이 봤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제안을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15·16·18·19·20대 5선 국회의원이다. 정치를 오래 했지만 한 번도 탈당한 적이 없다.

17대 낙선도 따지고 보면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불가론을 폈지만 막지 못했다. 삼보일배로 참회했으나 역부족이었다.

2009년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하면서 노동관계법을 당론과 다르게 자신의 중재안으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처리했다. 이 사건으로 당원권 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당론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선택한 것이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원칙과 소신이 있지만 화합형 정치인은 아니다. 정치를 오래 했는데도 친하거나 가깝다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 동료 의원들 중에는 그를 지칭할 때 ‘대왕대비 마마’라고 비꼬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의원들도 그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다.

어쨌든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성공을 불러왔다. 용장 위에 지장, 지장 위에 덕장, 덕장 위에 복장(항상 이기는 장수)이다.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된 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10월14일 조국 전 장관 낙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 머릿속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카드는 없었던 것 같다. 2017년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와 추미애 대표 사이에 선대위 인선을 둘러싸고 마찰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추미애 대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성격이 너무 강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국 전 장관 후임자 인선이 난항을 겪으면서 11월 중순께 갑자기 추미애 카드가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고위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추미애 대표의 고집과 거친 스타일이 지금 이 시점에서는 법무부 장관에게 오히려 필요한 덕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판단처럼 추미애 장관이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해낼 것인지다. 여권 내부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정치적 중량감이다. ‘5선 국회의원’은 도박으로 딴 계급장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위기 돌파와 갈등 조정의 전문가다. 더구나 추미애 의원은 정당의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다. 기세 싸움에서 윤석열 검찰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둘째, 법조인이다. 추미애 의원은 법과 원칙을 지나칠 정도로 따지는 사람이다. 법무부 장관이 되면 주로 검사 인사, 수사 지휘 등 합법적 수단으로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법과 원칙이다.

셋째, 균형 감각이다. 추미애 의원은 고집이 세지만 이상론자는 아니다. 2013년 <물러서지 않는 진심>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 추미애 의원이 이런 글을 썼다.

“나는 이상파와 현실파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현실을 딛고 이상을 향해 한 걸음씩 옮기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 지도자라면 더 그렇다.”

옳은 얘기다. 개혁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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