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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타다` 못 타게 된 날…동남아 우버 `그랩`은 신개념 신용카드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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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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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 기업 그랩이 6일 은행 계좌가 필요 없는, 카드번호도 없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모빌리티 사업을 기반으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음식 배달, 물류 운송은 물론 핀테크 사업까지 모두 제공하는 '슈퍼 앱(Super App)'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걸음마도 떼기 전에 위기에 몰린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과 대조된다.

그랩은 이날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은행 계좌가 없어도 전 세계 5300만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그랩페이 카드'를 선보였다. 카드에 카드번호를 없애 보안성을 대폭 높였다. 휴이 팅 오이 그랩페이 매니징디렉터는 "카드에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해 더욱 편리하고 다양한 디지털 결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등장해 현재 동남아 8개국 336개 도시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그랩은 하루 약 400만명이 이용하는 모빌리티 사업을 발판 삼아 모바일 결제 '그랩페이'와 대출·보험 등 금융상품을 출시하며 핀테크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번에 내놓은 카드도 이 일환이다. 그랩은 '그랩페이 카드'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내년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해 '동남아의 전자지갑'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택배, 음식·신선식품 배달, 컨시어지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까지 더해 동남아의 슈퍼 앱이 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랩의 서비스는 동남아에선 모두 '신산업'이다. 힌국과 다른 점은 기존 규제와 다소 맞지 않거나 기존 산업과 충돌하는 영역이 있어도 정부 당국이 서비스 활성화 기회를 주고, 스타트업 목소리를 들으면서 서서히 규제를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그랩을 시발점으로 싱가포르에서 '일상'이 된 차량 호출 서비스는 구독경제와 합쳐서 새로운 '구독형 마스(MaaS·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모빌리티엑스는 차가 없는 '뚜벅이'를 위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과 그랩, 고젝 등 차량 호출 서비스를 묶어 최적의 교통수단과 길을 안내해주는 앱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부터 여기에 구독경제 모델이 추가된다. 매달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7000원)를 내면 대중교통은 무제한 이용하고 월정액 20% 수준에서 그랩을 탈 수 있다. 자가용 이용이 줄면서 교통 정체와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 호출 서비스를 계기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서비스가 꽃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타다는 사실상 '사망' 위기에 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사실상 '타다 금지'는 국회 본회의 절차만 남기게 됐다.

이날 법안이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타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울분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국민 편의나 신산업에 대한 고려는 없이 택시 산업의 이익 보호만 고려됐다"면서 "요즘 존재하지도 않는 탑승권 검사까지 하도록 만드는 졸속·누더기 법안이 자율주행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또는 미래에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당장 타다 운영사인 VCNC 측은 대응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타다 측은 "법안 통과로 당장 사업이 움츠러들고 플랜B를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타다 1만대 증차 등 보류된 사업 안건들은 올스톱됐다"면서 "모빌리티 업계 전체가 사장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타다금지법에 대해 '혁신기업 사망 선고'라는 입장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오늘 국회의 조치는 대한민국 혁신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택시라는 기득권 눈치를 본 것이다. 국회가 앞장서서 구산업을 보호하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차차, 파파 등 타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울상이다. 차차 운영사 차차크리에이션의 김성준 명예대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표적 붉은 깃발 규제 악법이다. 혁신이 이기지 못하면 멸망한다"고 비판했다.

[임영신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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