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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타다가 다 타고 나면[동아 시론/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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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법 위반으로 기소된 대표들

창업가정신이 규제에 막히고 나면 국회-법원만 바라보는 무력감 들어

동아일보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규제 샌드박스)는 홈스토리생활이라는 기업에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실증특례는 기업의 실험적인 사업활동에 대해 일종의 규제 예외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대체로 업체의 기술혁신이 부각되곤 하지만, 이 업체는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형태 측면에서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업체는 여타 가사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달리 매니저(가사도우미)를 중개 혹은 소개해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사업모델을 선택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장하면서 이들과 참여자들의 관계가 근로관계인지 아니면 사업계약 상태인지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와중이라 이 업체의 선택을 높게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대조적인 소식도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최근 타다가 ‘위장도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타다의 운전자들이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타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지휘를 받고 있으니 파견법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지난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 터라, 자칫하면 타다 관계자들은 여러 혐의를 합친 중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더 나쁜 소식도 있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위가 택시모빌리티 상생법 통과에 잠정 합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 법이 통과되면 타다는 즉각 불법화된다. 타다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많다.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운수업계 관계자들이나 이미 지쳐버린 정부관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타트업과 혁신의 전문가 가운데에서도 타다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있다. 우선 타다가 너무 뻣뻣한 태도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타다는 정부의 해석에 맞도록 사업모델을 바꾸고, 정부와 협력하는 자세를 보인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과 달리 자신의 서비스모델이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다는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타다가 우리 사회가 이처럼 에너지를 쏟아 고민할 만큼 대단한 혁신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타다는 그저 면허 없이 ‘유사 택시업’에 진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비판들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필자는 그래도 타다가 쉽게 생명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창업자들의 자기효능감이 걱정된다. 기업가정신 분야 연구자들은 한 사회에서 창업가들이 갖는 자기효능감이 그 사회에서 혁신적인 창업이 일어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동력이라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다. 자기효능감은 ‘세상에는 해결할 문제가 있고, 나는 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업자들의 자기효능감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환경, 특히 규제의 수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안 되는 것이 많고, 뭔가 해보려고 하면 자꾸 벽을 만나는 환경에서는 창업자가 자기효능감을 갖기 어렵다.

규제를 현명하게 우회하는 것까지도 창업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제도적 환경 측면에서 결코 우리보다 낫지 않을 중국에서도 창업이 활발하다는 것이 그런 의문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최근 중국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들은 중국 창업자들의 성과 가운데 많은 부분이 창업자의 정치적 네트워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규제 환경이 강력해지면 강력해질수록 정치인의 자녀나 정치권 출신이 창업에서 유리해진다는 최신 연구도 있다. 이들은 보통사람이라면 극복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규제를 나만큼은 극복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자기효능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절망감을 딛고 말이다.

타다가 금방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라는 두 번째 이유는, 혹시 혁신을 그 시작으로 판단하는 나쁜 관례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전 지구의 유통업을 장악한 아마존은 그저 조그마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고, 시가총액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은 CP-M을 표절했다는 논란을 빚은 그저 그런 소프트웨어, 도스(DOS)였다. 페이스북, 텐센트 모두 시작은 미약하고 초라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단한 혁신만 떠받드는 사회라면, 결국 아무런 혁신도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타다의 운명은 결국 소비자들 대신 국회의원과 법조인들에게 맡겨졌다. 우리는 관객으로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지만, 타다가 홍역을 앓는 사이 스타트업들은 국회나 언론계 출신들을 영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급히 영입하고 있다. 타다가 다 타고 나면 이것이 더 강력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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