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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타다의 설익은 위기대응…법안 통과 '촉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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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공개저격 통해 국회·정부·택시업계 '자극'

국토부 법제화 추진엔 느닷없는 '1만대' 발표 '역풍'

갈지자 행보에 '신뢰' 치명상…법안 통과 예측 못해

이데일리

이재웅 쏘카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타다의 주력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의 현재와 같은 운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모빌리티 업계를 중심으로 타다의 그간 설익은 대응이 타다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웅 대표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낸 ‘작심발언’이 문제로 지목된다.

쏘카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예고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던 지난해 10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언론과 택시업계의 관심이 카카오모빌리티에 몰린 상황에서, 타다는 400여대의 승합차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승차거부 없는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운 타다는 출시 직후부터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서서히 서비스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지난 1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격적으로 카풀 중단을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주도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 참여를 결정하자, 택시업계의 타깃은 타다로 변경됐다.

일사분란하지 못한 택시업계의 거센 공세 속에 타다는 설득 보단 초강수로 맞서길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서도 지속적으로 날을 세웠다. 그 중심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있었다.

文정부 혁신성장본부 본부장…모빌리티 갈등 이후 정부 ‘공개저격’

문재인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이었던 이 대표는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12월 본부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이때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정부·택시업계를 비판하길 반복했다.

그는 사퇴 발표 전날엔 “지금도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택시산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유지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그러나 정부나 국회를 설득하는데 저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월 시작한 사회적 대타협 논의가 ‘모빌리티 산업의 택시산업 편입’으로 흐르자, 더욱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현직 관계자들이 불법 유상운송 혐의로 고발하자, 이들을 맞고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월엔 “기존 이해관계자의 반대라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승차공유)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어느 시대의 부총리이지 잘 모르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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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쏘카 대표의 작심발언은 택시업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사진은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의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집회.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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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 5월엔 ‘타다 반대’를 요구하던 한 70대 개인택시기사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자, “죽음은 어떻게도 미화될 수 없으며 죽음과 폭력은 멈춰야 한다”며 “죽음을 정치적·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혀, 거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태도에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재원 등을) 고민하는 당국을 비난하고 업계에 거친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나는 달려가는 데 왜 못 따라오느냐’는 격”이라며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에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는 조롱으로 응수했다.

이 대표는 이후 ‘택시 면허 구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택시와의 불공평을 지적하며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글로 인한 논란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지난 5월 돌연 “기자들에게 부탁드린다. 페북 중계를 멈춰달라”는 글과 함께 한동안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지 않았다.

타다의 행보는 그 이후에도 좌충우돌을 거듭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모빌리티 개편안’을 발표하고 9월 이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자, 타다는 ‘면허 확보 방안’을 구체화시켜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동시에 판을 흔들기 위한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회사 “바뀔 법 준수할 것” 밝혔지만…이재웅 “졸속 법안” 맹비난

타다는 지난 10월 4일 ‘서비스 지역 수도권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고작 3일 후 ‘2020년 1만대 확대’를 선언했다. ‘면허 총량제’가 전제될 것이라는 국토부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언이었다.

이 같은 타다의 발표는 국회·국토부·택시업계는 물론 스타트업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토부가 즉각 타다가 유상운송 근거로 들고 있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발의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타다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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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5일 법안소위, 6일 전체회의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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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지던 갈등은 10월28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이 대표를 불법 운송영업 혐의로 기소하며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5개월 넘게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이 대표는 기소 당일부터 페이스북과 오프라인을 통해 공개 발언을 재개했다.

타다 측이 수차례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정작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 강연에서 개정안에 대해 “후행적이며 졸속 법안”이라며 “아직 혁신을 시작하지 못한 기업들에게도 (구산업의)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보상부터 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지난달 22일 한 강연에서도 “자신의 기득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의 편으로 역사는 바뀌어 왔다”며 “(혁신은) 외롭고 방해도 많이 받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다는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원회가 개정안의 ‘잠정 합의’ 소식이 알려진 이후인 지난달 27일 ‘공청회’와 ‘공개토론회’를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위 의원들은 타다의 요구를 “법안 무산 지연용”이라고 일축했다. 타다 내부에선 법안소위 당일까지 처리가 안 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국토위 전체회의 통과 당일인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졸속, 누더기 법안이 자율주행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또는 미래에,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보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국토위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대표가 수십만 명의 택시 종사자들을 ‘기득권’으로 규정한 것부터 패착”이라며 “‘내가 옳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태도와 잘못된 현실 파악으로 사태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타다는 지난 5일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 직후 사내공지를 통해 “(개정안은) 법사위, 본회의에서 의결돼야만 법률로 제정되게 된다”며 “국회 일정상 이번 국회에서 통과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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