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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베트남 國父의 '목민심서 사랑'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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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박물관 "그에 대해 들었지만 어떤 증거도 없어"

국내 연구자들도 "근거 확인 못해"…풍문일 가능성

연합뉴스

생전의 호치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혁명박물관에 전시된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치민 전 주석의 생전 모습.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베트남 '국부'격인 호치민(胡志明·1890∼1969) 전 주석이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목민심서를 애독하고 소장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공직자의 도리를 기술한 목민심서를 호치민 전 주석이 생전 침대 한 편에 놓고 읽었다거나 공무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는 얘기와 그의 관 속에 목민심서가 부장돼 있다는 얘기 등이 1990년대 이래 국내 베스트셀러 저서와 유명인사의 발언에 숱하게 소개됐다. 이는 다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존경심을 더 키웠고, 상당한 '자부심'을 안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이야기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는 주장이 국내 대표적 정약용 연구자로부터 제기됐다.

'다산 정약용 평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등 다산에 관한 여러 책을 펴낸 박석무 사단법인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은 '목민심서와 호치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15년전 호치민의 목민심서 열독 및 소장설을 거론한 데 대해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2004년 7월9일 자로 쓴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에서 '책이 닳도록 목민심서를 읽고 또 읽었다는 호치민은 (중략) 그 책을 지은 다산 선생을 너무도 존경하여서, 다산의 제삿날까지 알아내서 해마다 제사를 극진하게 모시기도 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한 사실을 거론했다.

박 이사장은 당시 한 국내 유력 일간지 칼럼을 근거로 그런 글을 썼다면서 그로부터 1년 6개월여 후인 2006년 1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호치민박물관을 찾아 물어봤으나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목민심서가 보관돼 있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신문의 칼럼을 믿고 그대로 옮겨 썼던 불찰이 매우 크다"며 "어떻게 알아보거나 확인해보아도, 호치민과 목민심서의 관계는 지금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부연했다.

또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은 지난 3일 '서울이코노미뉴스'에 실은 칼럼에서 "호치민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베트남을 구할 새로운 혁명사상을 쫓았던 사람"이라며 "목민심서는 혁명가 호치민이 좋아할 그런 책이 아니다"고 평가한 뒤 목민심서와 호치민 이야기를 '가짜 정보'로 판단했다.

이에 앞서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 여부와 인정설의 한계'라는 논문을 쓴 최근식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011년 5월 17일 조선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호치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은 별다른 근거 없이 퍼진 '카더라 명제'"라며 자신도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연합뉴스가 6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호치민박물관에 호치민의 목민심서 열독 및 소장 여부를 이메일로 질의한 결과 "우리는 그것에 대해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We have heard about it, but we do not have any proof)는 답을 받았다.

1990년 일반에 정식 개관한 호치민박물관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호치민 유물 보존 및 전시와 호치민 관련 연구 및 교육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결국, 호치민이 베트남과 같은 유교문화권이었던 조선의 학자가 쓴 책을 읽었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현지의 권위있는 기관에서 밝힌 바로 미뤄, 그 근거는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결국 '호치민의 목민심서 사랑'은 매우 오랜기간, 많은 한국인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져온 '풍문'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연합뉴스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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