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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019년에도 이어진 방탄소년단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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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거침없는 질주가 2019년에도 계속됐다.

세계를 한 바퀴 돈 월드투어를 성공리에 마쳤고, 유럽에서도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13개국, 23개 도시에서 열린 62회의 공연은 세계의 관객 206만 명을 동원했다.



방탄소년단(BTS)의 화보 촬영 현장. BTS 리더 RM이 촬영 중간 쉬어가는 시간이 되자 느닷없이 앉았다 일어나는 스쾃 운동 동작을 시작한다. 십수 회를 반복한 뒤 점점 숨이 차오르자 “촬영을 위해 여기까지!”라고 말하며 짧은 영상은 끝난다. 37초 영상 한 편에 조회수는 113만 회를 넘었다. 공식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인 2012년 12월부터 이렇게 한 편씩 올라온 영상이 모여 7년이 지난 2019년 12월 5일 기준 2370만 명의 구독자, 35억7829만 회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BTS의 역사가 됐다. 무대 위의 화려한 군무 못지않게 무대 뒤 평범한 일상의 모습까지 남김없이 공개한 그들은 어느새 세계 최정상의 보이그룹 위치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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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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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BTS에게는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운 한 해였다. “작년 주경기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십니까?” 지난해부터 1년 2개월에 걸친 월드투어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마지막 무대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세계를 한 바퀴 돈 뒤 한국 공연으로 돌아온 BTS의 멤버 슈가가 “작년 꿈만 같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며 팬클럽 ‘아미’의 열띤 호응에 화답했다. 13개국, 23개 도시에서 열린 62회의 공연은 세계의 관객 206만 명을 동원했다. 그와 함께 숱한 ‘최초’의 기록들이 새로 쓰였다.

1년이 넘는 투어기간 중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라는 이름의 새로운 앨범과 활동기도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출발한 월드투어가 올해 4월 새 앨범 발표와 5월부터의 투어 후반기 활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1965년 비틀즈가 영국을 떠나 미국에 도착해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시작을 알린 대중음악 최초 대형 경기장 공연이 바로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바 있다. BTS는 한국가수 최초로 이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올해 6월에는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비틀즈와 퀸 등 영국의 전설적 밴드들이 올랐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만원 관객들로 채웠다. ‘21세기 비틀즈’라는 표현이 걸맞은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만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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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비틀즈’에 걸맞은 웸블리 공연

게다가 올해 투어는 그동안 K팝의 한계로 여겨져 왔던 ‘난공불락’의 지역들에서도 잇따라 공연 매진을 기록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은 초기 BTS 인기의 진원지이기도 했으나 이후 상대적으로 더 급격하게 인기를 얻은 미국 등 북미와 남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올해 투어를 통한 인기몰이가 먹히면서 세계적 입지를 다시 다졌고, 일본에서도 팀 최초로 시작한 ‘돔 투어’가 이전까지의 흥행기록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스타디움 콘서트에서는 한국가수 최초임은 물론, 그곳에서 열린 최초의 해외가수 콘서트로도 화제를 모으며 여성에 대한 억압이 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목청껏 호응하는 여성 팬들을 만났다.

이로써 BTS를 정상의 자리로 이끈 ‘러브 유어셀프 기승전결(LOVE YOURSELF 起承轉結)’ 시리즈는 마무리됐다.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데뷔 초부터 10대들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 같은 폭력과 억압을 막는 역할을 하겠다며 ‘방탄’에 방점을 찍은 ‘소년’들은 줄곧 10대를 대변하는 아이돌임을 자처했다. 초기의 ‘학교 3부작’과 ‘화양연화’ 시리즈는 모두 10대부터 청년기에 이르는 청춘들의 모습을 살갗에 와닿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불투명한 미래와 노력해도 격차를 좁히기 힘든 현실, 그리고 청년기에만 느낄 수 있는 고통과 혈기, 극복 의지는 어느덧 이들을 철학과 사상이 있는 팀으로 다시 보게 만들었다. 초기부터 함께했던 팬들은 물론 멤버들이 성장하며 주목하게 된 팬들도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하는 현실의 시간을 BTS의 활동기간과 접목시키며 인생의 눈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성과만이 아니라 콘셉트와 스토리에 충실한 음악·공연활동 때문에 BTS는 관련 연구자들의 심도 있는 연구주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BTS 현상’이 이전까지 반복된 인기 아이돌 그룹의 흥망성쇠만을 가리킨다기보다는 새로운 세대의 호흡에 맞춰 꾸준히 확장해가는 일종의 증후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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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200’ 부문에서 3번의 1위

지난 3월 <BTS: 더 리뷰>라는 책을 낸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BTS의 데뷔 앨범부터 16장의 앨범을 리뷰하며 팬들이 BTS에 열광하는 지점들을 포착했다. 그는 “지난 수 년간 미국 현지에서 만나본 아미들은 BTS의 음악이 힙합을 포함한 그들의 음악과도, 그리고 지금껏 접해온 K팝과도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한다”며 “그 다름의 핵심은 메시지의 보편성과 건강함, 그간 아이돌 음악에서 기피되던 청춘과 성장의 내러티브를 정체성으로 적극적으로 껴안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BTS 예술혁명>을 쓴 이지영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BTS가 어떻게 ‘성공의 지도’를 그려나갔는지를 분석한다. 그들이 아이돌 그룹인데다 다른 어느 팀보다도 더 유행에 맞는 최신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맞지만 각자 한 명의 예술인이자 생활인으로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진정성이 반짝 인기를 넘어 지속적인 호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진정성이 없었다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그들이 연대해 행동하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멤버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수많은 영상이 음악 외적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소통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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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공식 데뷔 7년차이자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2019년 더 이상 세계 음악시장의 벽도 높지 않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올해 발매된 새 앨범과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각각 앨범과 싱글 인기차트인 미국 ‘빌보드 200’과 ‘핫 100’에서 각각 1위와 8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에서 1위 자리에 오른 것만 세 번째. 이 순위는 앨범 전체의 인기 수준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팬들의 충성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핫 100’은 개별 곡의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데 8위는 BTS 자체 최고 기록에 오른 성적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톱 듀오·그룹’을 포함한 2개 부문 2관왕이라는 신기록도 달성했다. 팬덤의 규모와 열정을 가장 잘 반영하는 상인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또 수상한 것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크게 늘어난 팬들의 입지와 활동을 방증한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K팝과 한류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쓴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상의 자리에 머물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여줬다. 이에 반해 BTS는 강력한 팬층의 지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렇게 기존 K팝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결과들이 나옴에 따라 국내에서 평가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팬층의 주류를 이루는 10~20대를 제외한 세대로부터는 해외시장을 휩쓰는 BTS에 대해 ‘정작 국내 방송에는 잘 안 나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올해는 국내에서도 압도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상반기 결산에서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는 판매량 349만9980장으로 ‘앨범 톱 100’ 1위를 차지했다.

BTS로선 2019년이 3차례 ‘빌보드 200’ 1위 기록을 통해 K팝도 안정적인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입증한 해이기도 하다. 2014년 해외에서 BTS의 팬덤이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당시 엑소 등 다른 유명 아이돌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구도도 점차 깨지기 시작했다. 국내 팬덤이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를 기점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BTS는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뒤 역수입된 경우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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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약점 ‘메시지 진정성’ 극복

또한 해외에서의 성공 역시 각국의 문화에 따라 키워드나 콘셉트를 끼워맞추는 대신 색다른 모습을 유지하며 이질적인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줬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과 허구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인기를 노리는 기존의 일부 K팝 아이돌의 음악과도 다르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한류 인기가 높은 현지에 맞춰 기획된 이미지를 답습하지도 않은 것이다. 김영대 평론가는 “소위 ‘스웨그’라 불리는 마초적 허세 내러티브에 탐닉하는 미국의 주류 힙합과도 다르면서 젊은 뮤지션들의 당찬 면모와 세태 비판, 무엇보다 청춘의 좌절 안에서 발견한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아 K팝의 가장 큰 약점이던 메시지의 진정성 문제를 극복해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K팝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BTS의 성공 및 과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국내 업계가 보다 진일보한 제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의 소스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는 콘텐츠 기획 능력 역시 국내 문화산업의 당면한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도 지난 11월 25일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인 문화혁신포럼에서 “수많은 동시대 아티스트 중에 왜 방탄소년단이 그런 증명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그것이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며 “시대와 세대에 대한 과감하고 적극적인, 때로는 도발적인 발언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서 나간 BTS의 비전을 몸소 실현할 후속 K팝 그룹과 업계의 움직임이 뒤따르느냐에 달렸다. 관건은 국내 업계가 ‘도발적’이면서도 과감한 도전이 가능한 토양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지만 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른바 3대 기획사에서도 내부적으로 윗선과 젊은 실무자 사이에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는 불만이 공공연히 나온다. 도전을 시도할 만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의 한 프로듀서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처음 BTS를 봤을 때도 그냥 그런 흔한 아이돌로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얼마나 유연하게 변신할 수 있는지만 놓고 본다면 국내에서 3년 안에 BTS를 따라잡는 팀이 나오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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