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생리한단 이유로… 네팔 여성, 격리돼 또 사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05년 '차우파디' 관습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악습 지속]

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차우파디로 헛간에 격리된 한 네팔 여성.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을 생리 기간 가족과 격리하는 관습 때문에 네팔 여성이 또 사망했다. 이번에는 여성에게 격리를 강요한 친족이 체포됐다. 관습 강요자에 대한 첫 체포다.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네팔 서부 어참(Achham)에 위치한 한 헛간에서 생리 중 격리돼 있던 여성 파르바티 부다 라와트(21)가 숨진 채 발견됐다.

파르바티는 여성을 생리 기간 가족과 격리하는 관습 '차우파디'(chhaupadi) 때문에 헛간에 홀로 격리돼있었다. 파르바티가 발견됐을 때 헛간엔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헛간에서 불을 피웠다가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차우파디는 월경혈이나 출산혈이 재앙과 불운을 몰고 온다는 힌두교의 믿음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이 생리 중인 여성이나 갓 아기를 낳은 산모를 가족으로부터 격리해 헛간 등에 머물게 하는 관습을 말한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5∼49세 네팔 여성의 19%가 차우파디를 겪었고,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된 여성들은 헛간에 들어오는 침입자나 동물로부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겨울 추위나 여름 더위 등을 겪어야 한다. 파르바티처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헛간에서 불을 피웠다가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하는 일도 잦다.

대다수 헛간은 평소 소 등 가축이 사는 곳이어서 배설물에 감염되는 일이 빈번한 데다가 차우파디 기간만을 노리는 강간범도 적지 않다.

다양한 문제점들 때문에 네팔 대법원은 2005년 차우파디를 인권침해라고 명명하며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차우파디가 공공연하게 행해지자 2017년 8월 네팔 의회는 만장일치로 차우파디를 강요한 이를 처벌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지난해 8월 발효됐다. 이제 법에 따라 차우파디를 강요한 사람은 3개월 징역형과 함께 3000네팔루피(약 3만2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이번 파르바티 사망에서 격리를 강요한 친족은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피해자를 헛간에 머물도록 강요한 혐의로 친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차우파디 강요자에 대한 첫 체포다"라고 밝혔다.

라다 푸델 차우파디 반대 운동가는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악습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