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국민연금이 1, 2대 주주인 기업 170곳…"경영간섭 우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1, 2대 주주인 기업이 17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열 곳 가운데 네 곳에서 5대 주주 이상의 지위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 참여 확대를 강행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 2대 주주는 150개사에 달했다. 3대 주주 59개사, 4대 주주 24개사, 5대 주주는 14개 사 등으로 716개 중 37.2%에 해당하는 266개 사에서 국민연금이 5대 주주 이상의 지위에 있었다.


특히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는데 이런 패턴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시총의 7%로 가장 높았던 2017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경연은 "국민연금처럼 공적 연금이 19개 상장사의 최대 주주로 있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운 드문 사례"라며 "공적 연기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4개 회원국 중, 공적 연기금이 최대 주주인 경우는 뉴질랜드 1건, 덴마크 6건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주식 투자액 122조3000억원 중 45.5%인 55조7000억원을 44개 증권사에 위탁·운용 중이다. 한경연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으로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이나 주주권 행사 향방이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5% 이상 지분보유 기업도 투자기업 10곳 중 4곳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을 5%로 보는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했다. 이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이다.


한경연은 아울러 국민연금 기금운용규정에는 개별기업 투자 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내부심의를 거치면 한도를 초과해 투자할 수 있는 점, 국민연금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별다른 제한 없이 100% 행사할 수 있는 점,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한 데 이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논의 중인 점 등을 들면서 "이는 공적 연기금의 증시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과는 매우 상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경연은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및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 결격 요건 강화와, 이사감사 후보자 개인정보공개를 확대하는 내용,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들의 5%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기존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한경연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간섭은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