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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60톤 건너는 다리 1시간만에 만든다…'철' 든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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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교량 폭파돼 끊어지면 즉각 투입

무게 272㎏ 부품 수작업으로 조립

장병 32명 60톤 건너는 다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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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강원도 인제 공병종합훈련장에서 제3공병여단 교량대대 장병이 간편조립교를 밀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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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안~아, 밀~어, 당~겨!!” 뜨거운 입김이 연신 쏟아져 나온다. 강원도 산골에 구령이 울려 퍼졌다. 몇 시간 뒤 계곡 사이에 없던 다리가 하나 들어섰다. 장병 32명이 철 덩어리를 들고 조립해 60톤 무게를 견뎌내는 다리를 창조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인제 공병종합훈련장에 이뤄진 간편조립교 구축훈련 현장에서다. 영하로 내려간 매서운 추위 속에서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던 제3공병여단 교량대대 장병과 함께 ‘철’들고 왔다.(*중앙일보 홈페이지·유튜브에서 동영상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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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계곡 사이에 간편조립교를 구축하고 있다. 영상캡처 = 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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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다리를 만드는 건 낯설지 않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영화인데, 여기서 영국군 포로들이 양곤과 방콕을 잇는 다리를 계곡 사이에 건설한다.

2018년 1월 육군 제3공병여단 교량대대는 파괴된 교량이나 계곡 및 운하를 극복하는 교량 구축에 특화된 유일한 대대급 부대로 창설됐다. 전시에는 기동로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량 구축은 지진이나 홍수 등 각종 재난ㆍ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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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출동에 앞서 장비를 차량에 고정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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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에 집결한 교량대대 장병이 대대장으로부터 출동 명령을 받고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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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조립교(MGB, Medium Girder Bridge)는 특수경합금(아연ㆍ마그네슘ㆍ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7개 종류의 주요 부품을 조립해 만든다. 주요 부재의 무게는 74~272㎏ 수준으로 한 사람이 들 수는 없다. 조별로 편성된 장병 2~6명이 함께 들어 조립한다.

훈련은 적이 교량을 폭파했다는 상황을 설정해 시작했다. 매서운 눈빛으로 정찰을 마친 뒤 필요한 장비를 군 트력에 올렸다. 혹시라도 이동 중에 떨어질까 꼼꼼하게 묶어뒀다. 연병장에 모인 장병은 대대장의 출동 명령을 복창하고 빠르게 차량에 올라탔다. 훈련장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을 경계하는 실전적인 훈련에 긴장감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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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 도착해 장비를 내린 뒤 간편조립교 구축을 시작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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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상부주형을 들어 조립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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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철 덩어리를 사람이 움직일 수 있을까. 꽤 무거워 보였다. 기자도 함께 들어봤다. 조립교 하부구조인 하부주형은 무게가 197㎏인데, 들기 위해 손에 쥐는 봉만 해도 3kg으로 꽤 무겁다. “들~어!” 기자를 포함해 하부주형조 4명이 힘차게 들었다. 들어 올리기는 했는데 앞으로 걸음을 이어가는 게 어려웠다.

“안아 봉 준비!” 이젠 이 무거운 걸 팔꿈치 안쪽으로 걸어야 한다. “안아~ 봉!” 몸이 땅으로 꽂히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으로 무게를 견뎌냈다. ‘핀ㆍ클립조’ 장병이 부품 사이에 핀을 끼워 망치로 고정했다. “롤링!!” 하부주형조는 몸으로 안은 부품을 움직여 핀이 잘 들어가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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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핀을 넣고 망치로 고정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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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소위와 병사가 간편조립교를 부품을 힘차게 밀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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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교 상부구조인 상부주형은 무게가 175㎏데 무거운 부품을 높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상부주형조 조립에는 키 175㎝ 이상인 장병이 투입된다. 키가 작은 기자는 머리 높이로 올리면서 꽤 고생했다. ‘장선조’ 장병은 교량이 뒤틀리지 않도록 교량 좌우 사이에 대각선으로 장선을 설치했다.

무거운 부품을 조립하지만 빠른 속도 역시 중요하다. 이때 서로 호흡을 잘 맞추지 못하면 부상 위험이 있다. 평소 훈련을 반복해야 가능한 임무다. 교량대대는 올 한해 다리를 20번이나 만들고 해체했다. 레고 블록 조립하듯 ‘뚝딱’ 다리를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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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선 하사가 간편조립교를 조립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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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조립을 완료한 뒤 교량을 계곡 건너편으로 추진하기 위해 장갑전투도저(KM9ACE)가 준비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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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을 완료하자 장갑전투도저(M9ACE)가 엔진 굉음을 내면서 교량을 밀어냈다. 무게가 10톤을 넘어서는 교량은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계곡 건너편으로 대안부가 먼저 계곡 너머로 넘어갔다. 대안부는 계곡 건너편에서 교량을 받아주기 위한 장치다.

아찔한 순간이다. 상부주형보 장병은 폭이 좁은 대안부 위로 걸어 넘어갔다.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수 있는 넓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움직였다. 발을 잘못 내디디면 계곡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최은석 병장은 “먼 데를 보면서 걸으면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지금은 별로 안 무섭게 잘 건너고 있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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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대대 장병이 보강판을 설치하는 등 막바지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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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전투도저가 대안부와 연결된 교량 골조를 밀어 계곡 사이에 걸쳐지자 교량 골조 구축이 완료됐다. 이제 교량을 완성하는 일만 남았다. 교량 골조의 상부주형보 사이에 교판을 설치하는 일이다. 교판은 작은 부품처럼 보이지만 무게는 74㎏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야 한다. 교판을 들어 올릴 때 몸이 흔들렸다. 자칫 넘어질 뻔했다. 창피하기도 했다.

교판을 모두 올린 뒤에는 마지막으로 보강조가 투입돼 인장셋과 보강판을 설치했다. 교량 아래에 설치된 보강판 덕분에 더 많은 무게를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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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을 완료한 간편조립교 위로 장갑전투도저가 이동하고 있다. 박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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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조립교는 영국에서 설계·제작했다. 조립교는 폭 4mㆍ최대 길이 49m까지 만들 수 있는데, 복구 길이와 교량을 통과할 기동부대에 따라 설계 및 구축 시간이 달라진다. 장병 24~32명이 투입돼 구축하며 짧게는 1시간, 길게는 수 시간 정도 걸린다. 통과 가능 무게는 최대 60톤까지 가능하다.

이날은 몇 시간 만에 부품 68개를 조립해 길이 32m 다리가 완성됐다. 유하늘 상병은 “들고 옮기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면서 “만들 땐 진짜 힘들지만 저렇게 조립교가 굳건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항상 뿌듯한 마음이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군대에 가서 이만큼 철들고 오는 장병이 있을까. 교량대대 장병 모두 부상 없이 임무를 완수하기를 기원한다.

인제=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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