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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쓰는 플라스틱 옷걸이, 이 지구에 빨대만큼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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必환경 라이프 ⑬ 생활 속 플라스틱

지난 9월 열렸던 런던패션위크는 요즘 패션계의 최대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주요 테마로 했다. 공식 쇼장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보이는 다양한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그 중 ‘아치 앤 훅(Arch&hook)’이라는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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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마구 낭비하게 되는 것. 플라스틱 빨대와 옷걸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플라스틱 혹은 일회용 옷걸이의 환경적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아치 앤 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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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앤 훅은 네덜란드의 행거 브랜드, 즉 옷걸이를 만드는 회사다. 옷걸이 회사가 패션위크에서 무슨 전시를 하는 것일까. 아치 앤 훅 부스에는 옷 대신 특별한 옷걸이가 전시돼 있었다. 강에서 수확한 플라스틱 쓰레기 80%와 재활용 플라스틱 20%로 만든 친환경 옷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롤랑 무레와 아치 앤 훅의 협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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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아치 앤 훅의 옷걸이 '블루 행어.' [사진 아치 앤 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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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옷걸이는 패션계의 플라스틱 빨대와 같아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롤랑 무레가 한 말이다. 그는 “옷이 공장에서 상점으로 이동할 때 보통 폴리스타이렌 소재로 만든 일회용 옷걸이가 주로 사용된다”며 “이 옷걸이들은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로 단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그가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다시 쓸 수 있는 튼튼한 옷걸이, 이른바 ‘블루 행거’를 만든 이유다. 롤랑 무레는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모든 옷걸이를 재활용 가능한 블루 행거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옷의 유통 과정에서 사용되는 싸구려 플라스틱 옷걸이는 대부분 폴리스타이렌과 같은 경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이동 과정에서만 사용되고, 매장에 걸릴 때는 원목 옷걸이나 좀 더 튼튼한 옷걸이로 교체된다. 이동할 때만 한시적으로 사용되는 경량 플라스틱 옷걸이는 워낙 가격이 저렴해 재활용하기보다 버리는 게 더 경제적이다. 아치 앤 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경량 플라스틱 옷걸이의 약 85%가 땅에 매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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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플라스틱 옷걸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매립된다. [사진 프로스펙터]



이렇게 버려진 옷걸이가 분해되는 데는 10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옷걸이는 100억 개 수준이다. 숫자도 많지만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플라스틱 옷걸이는 최대 7가지 종류 이상의 저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폐기 후 분리가 어렵다. 재활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일반 쓰레기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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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플라스틱 옷걸이에서는 각종 유해물질이 흘러나온다. 분해되는 데는 1000년 이상이 걸린다. [사진 John Camer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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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옷걸이는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비스페놀 A 등 유해 물질을 내뿜는다. 영국의 친환경 인증 및 컨설팅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매년 50억 개의 폐기된 플라스틱 옷걸이가 방출하는 탄소는 뉴욕과 런던을 3,502회 왕복하는 항공편 또는 플라스틱 빨대 930억 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한다.

한 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옷걸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려는 브랜드도 있다. 패션 비즈니스 전문 매체 ‘BOF’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 ‘자라(Zara)’는 이동할 때 사용하는 옷걸이와 매장에 걸리는 옷걸이를 단일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버버리’는 바이오 플라스틱 옷걸이를 개발 중이다. 버려지면 퇴비가 되는 옷걸이다. 지속 가능성을 선도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골판지로 만든 종이 옷걸이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례도 있다. ‘이랜드’는 친환경 경영을 선포하고 올해 초부터 생산지에서 출고되는 상품에 옷걸이를 사용하지 않는 ‘옷걸이 제로화’를 실행하고 있다. 옷걸이를 아예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다.

집에서 사용되는 옷걸이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옷걸이는 가는 철사로 만들어진 일명 세탁소 옷걸이다.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마다 조금씩 늘어나 의도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불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소비되는 세탁소 옷걸이는 약 2억50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처음 몇십 개 정도는 옷장에 걸어두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세탁소 옷걸이는 처치 곤란이다. 잘 모아서 세탁소에 반납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세탁소가 옷걸이 반납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프렌차이즈 세탁소의 경우 받지 않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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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아도 순식간에 불어나는 철제 옷걸이는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다. [사진 Andrej Lišako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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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책은 분리 배출이다. 철제로 된 세탁소 옷걸이는 고철로 분류한다. 하지만 겉에 합성수지 코팅이 돼 있어서 재활용이 쉽지 않다. 합성수지를 따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어가고, 재활용 과정에서도 상당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활용이 어렵고 고철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거 업체에서 옷걸이 수거를 기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세탁소 옷걸이 단가는 개당 70~80원으로 비교적 고가다. 분리 배출보다는 가능한 재사용하는 것이 자원 절약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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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는 폐기하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한 오랫동안 재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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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막상 없으면 불편한 것. 너무 흔해서 의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마구 낭비하게 되는 것. 마땅한 재활용 대책이 없는 것. 잘 분해되지 않아 원가보다 환경 비용이 많이 드는 것. 플라스틱 빨대와 옷걸이의 공통점이다.

현재 가능한 해결책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것뿐이다. 옷을 살 때 불필요한 옷걸이는 받아 오지 않고, 받아 온 옷걸이는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다.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의류를 쇼핑할 때 옷걸이가 필요 없는 소비자들을 위해 옷걸이 지급 체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고객의 집에 잠자고 있는 옷걸이를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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