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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D-1... '黃心·영남·초재선 표심'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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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9일 의원총회서 새 원내대표 선출
강석호 "강대강 대치 상황에 협상 힘들 것...보수대통합 빅텐트 쳐야"
유기준 "황교안 대표 새로운 날개 될 것...반문연대로 보수통합"
김선동 "대화와 협상...보수통합은 불출마 선언한 분들도 고려해야"
심재철 "몸 아끼지 않고 싸워본 사람...보수통합 다양한 방법 고민해야"

자유한국당이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이번에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 임기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29일까지다. 이번 정기국회를 끝으로 각 정당이 내년 4·15 총선 체제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20대 국회는 막을 내린다. 국회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대표가 할 일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강석호·유기준·김선동·심재철(기호순) 의원 등 4명이 출마했다. 당대표에 이은 당내 2인자로서 총선 공천과 보수통합 논의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지역·선수별 의원들의 표심이 어떻게 갈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후보 4명의 출신 계파를 보면 친박(親朴) 2명(유기준·김선동), 비박(非朴) 2명(강석호·심재철)이다. 선수(選數)로는 5선 1명(심재철), 4선(유기준) 1명, 3선(강석호) 1명, 재선(김선동) 1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김선동·심재철) 2명, 영남(강석호·유기준) 2명이다. 한국당 의원 108명의 67.5%(73명)를 차지하는 초·재선들의 표심도 관심이다. 초·재선 의원 73명 중 27명을 차지하는 영남 지역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 의원 17명의 선택도 변수다.

사실상 임기 6개월짜리 원내대표 선거가 4파전의 다자구도로 치러지게 된 것은 인적 쇄신과 보수대통합 등 내년 4·15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보수 정치권이 요동칠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안에서 3선 이상 중진 물갈이론이 제기되고 있고, 보수통합이 성사될 경우 인적 쇄신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크다. 당대표에 이어 당내 2인자 위상을 갖는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원내대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당내 선거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황심(黃心)'이 누구에게 쏠려있는지도 관심이다. 새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결사 저지를 내걸고 단식 농성까지 벌였던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황 대표 의중이 어떤 식으로든 원내대표 경선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루를 남겨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로부터 선거법·공수처법 협상·투쟁 전략과 내년 총선 전략, 보수통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①TK 비박 강석호·강성 친박 이장우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15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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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의원은 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강 의원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을 지역구로 뒀지만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비박계 출신이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그런 그는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충청권(대전 동구) 출신 이장우 의원을 선택했다. 재선인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옛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강성 친박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강 의원은 여당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에 대해 "협상을 해야 한다면 하겠지만, 서로 강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되겠냐"고 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지금의 한국당 간판으로는 통합을 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도 보수대통합에 대해서 다 내려놓겠다고 했으니 조만간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일주일 전부터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 지난주에는 대구경북(TK)지역 의원과의 만찬을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황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 "보고할 것은 하고 지시를 받을 게 있으면 받되 서로 토론하고 때로는 당대표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와 호흡은 맞추겠지만 긴장 관계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②친박 재선 김선동·친황 비례초선 김종석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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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동 의원은 이번 한국당 원내대표 후보 4명 중 가장 늦은 7일 출마를 선언했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 3명이 3선 이상 중진들이지만 김 의원은 재선이다. 일부 초·재선 의원 그룹에서 "이번에는 초·재선들이 나서야 한다"고 권유하면서 막판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초선 김종석 의원과 짝을 이뤘다. 김종석 의원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황 대표의 경기고 선배다. 김선동 의원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당시, 김종석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은 선거법·공수처법 처리와 관련한 대응 전략에 대해 "한국당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당에서 '대화와 협상'을 새로 제안해 올 것"이라며 "선거제를 포함해 여당에 대안으로 제시할 합당한 제도를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 전략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최대한 집중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이번에 출마를 하려다 접으신 분들의 노력이나 성과를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당내 다수를 점한 초·재선 의원(73명)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출신이란 점에서 영남권 초·재선 의원(29명)의 마음을 얼마나 잡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많다.

김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여야5당간 정치협상에서 한국당 실무단으로 활동해 왔다. 김 의원은 재선 출신이란 점을 내세워 친황계 성향인 '통합과 전진' 등 초·재선 의원의 표를 결집해 승부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선 출마를 선언했던 윤상현 의원이 7일 김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초·재선을 지지하겠다"며 출마를 철회했다.

③부산 친박 유기준·서울 비박 박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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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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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동구를 지역로 둔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 4선 의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원내대표 경선 도전은 두번째다. 박근혜 정권 때인 지난 2016년 옛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 정진석 의원에 패한 적이 있다.

유 의원은 이번 도전에 나서면서 정책위의장 파트너로 초선의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을 택했다. 박 의원은 비박계 복당파 의원이다. 친박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점을 의식해 계파 균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의 선거법·공수처법 대응 전략은 협상보다는 투쟁에 가깝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 전략을 묻는 질문에 "싸우기 전에 전략을 노출할 수 없다"고 했다. 내년 총선 전략에 대해선 "영남권은 '당선될 인물'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수도권은 '야권 통합'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분열된 보수가 원래 있던 그대로 모이는 것이 통합인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조건을 붙여서 만나자고 하다보니 어려워 진다"며 "조건 없는 반문(反文)연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해수부 장관을 할 때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를 한 황 대표와 박근혜 내각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친황(親黃)계 인사로 꼽힌다.유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황 대표의 새로운 날개가 되어 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④수도권 비박 심재철·TK 친박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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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정종섭 의원 등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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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의원이다. 경기 안양 동안에서 16대 국회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주류 의원 모임이었던 '함께내일로' 좌장을 지낸 비박계 인사다. 그런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TK 출신 3선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택했다.

심 의원은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공개하면서 고발당하는 등 현 정권과 정면 충돌한 강성 투쟁파로 꼽힌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심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1980년 서울의 봄'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최근에는 친문(親文)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우리들병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그와 짝을 이룬 김재원 의원은 친황계로 꼽힌다. 김 의원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심 의원은 선거법·공수처 대응 전략에 대해 "싸워본 사람이 싸울 줄 안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황 대표가 지난 9월 삭발 투쟁에 나섰을 때 함께 삭발을 했다. 내년 4·15 총선 전략에 대해선 "민주당 세(勢)가 강한 경기 안양에서 5선을 한 경험을 믿어달라"고 했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흡수통합이 원칙이지만,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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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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