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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시가 시스템 첫 공개한 감정원…'깜깜이 산정' 논란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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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최초 공시가격 산정방식 공개

ICT 활용한 자동조사시스템 시연해

조사자 주관개입 산정 오류 등 지적

"알맹이 빠진 채 시스템 등은 한계"

이데일리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서울 강남지사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부동산공시가격 시스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태훈 한국감정원 공시통계본부장(왼쪽 두번째)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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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공시가격을 과도하게 높이거나 낮출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올 들어 공시가 현실화 과정에서 일부 단지의 공시가 번복 등 일부 오류가 발생한 점은 인정한다. 앞으로 공시제도 선진화를 통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김태훈 한국감정원 공시통계본부장)

지난 6일 한국감정원이 서울 강남지사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부동산공시가격 시스템 설명회 및 현장조사 팸투어’를 진행했다. 이날 감정원은 그동안 보안에 부쳤던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이 밀실 지침으로 이뤄져 ‘깜깜이 공시’라는 지적이 많아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올해 감정원이 산정한 표준 단독주택과 지방자치단체의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 상승률이 큰 격차를 보이거나 공동주택 아파트 한 동의 공시가격 자체가 모두 번복되는 사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근본적인 공시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정원은 표준 단독주택 22만 가구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1969년 감정원이 설립된 이래 부동산공시가격 시스템을 외부에 노출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불투명하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면서 깜깜이 공시에 대한 비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궁금했던 공시가 산정방식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설명회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반 토지특성 자동조사시스템을 시작으로 토지·단독주택·공동주택 등 각 부동산 유형별 조사·산정 시스템이 소개됐다.

토지특성 자동조사시스템은 공간정보기술 등 첨단 ICT을 활용해 토지의 경사, 형상, 방위, 도로접면 등을 자동으로 조사하는 시스템이다. 가령 GIS 시스템을 활용해 서울 강서구 일대의 지형정보를 검색하면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고저·형상·방위·도로접면은 물론 간선도로와의 거리·고속도로 및 철도와의 거리·유해시설과의 거리까지 총 7개 항목의 데이터를 컴퓨터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최진호 감정원 박사는 “현장조사의 경우 조사자가 주관이 다르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일부 달라지기도 하나, 지리정보시스템(GIS0을 도입한 이후 조사의 객관성과 일관성,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유형별 공시가격의 조사·산정의 핵심 시스템은 KRIMS(부동산통합업무시스템)이다. KRIMS는 표준지공시지가, 표준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지가변동률, 주택동향 등을 처리하는 업무 처리 시스템으로 조사자에게 다양한 가격 정보 및 자동검증 기능을 제공해 비교적 균형성 있는 공시가격이 산정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감정원 측의 설명이다.

이데일리

감정평가사가 모바일 앱을 통해 단독주택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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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현장조사 팸투어에서는 모바일 현장조사용 앱을 활용한 단독·공동주택의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현장조사를 가기 위해 모바일 앱을 열면 평형별 전용면적, 호수, 전년도 의견제출 및 이의신청 접수 여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정보 탭을 클릭하면 조사 단지의 동명, 세대수, 층, 라인, 개별요인, 향 정보에 대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입력한 조사내용은 조사 산정시스템의 메인 서버에 곧바로 입력된다.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현장 위치까지 이동도 용이하다. 박알찬 감정원 팀장은 “과거 수기로 작성한 것에 비해 앱을 활용해 효율성이 5~6배 높아졌다”면서 “시내의 경우 하루에 45단지까지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서는 공시가 산정을 하는 현장 조사자의 주관적 개입에 따른 가격 산정 오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빠졌다. 공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사실상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정원이 2019년 공동주택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직원 55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 직원들 가운데 공시가격 전문가인 감정평가사 수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등 전국 공동주택단지 10곳에서 공시가격 번복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태훈 본부장은 “최종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부분에서 전문가의 판단이 들어가는 부분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주관적이고 작의적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인력 수급 등 전문성 제고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감정원은 향후 부동산 공시제도 정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뚜렷한 의견도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관련 각종 정보를 공개하는 법안 7건이 국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으며, 정부도 부동산 공시제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공시할 때 적정가격 대비 현실화율과 공시가 산정 근거자료, 관련 위원회 회의록 등 각종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감정원 측은 “향후 정책은 당국에서 최종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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