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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김지영`은 서점에 안간다…"스펙쌓기 바빠 독서는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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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계 밀레니얼 쇼크 ② ◆

매일경제

8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독서 인구의 고령화는 출판 시장의 큰 고민이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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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김지영'들이 서점을 떠나고 있다. 20·30대는 국내 출판계의 주력 독자층이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트렌드를 주도하고, 소비를 통해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82년생 김지영'도 이들의 지지로 201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앞으로 20·30대 소비로 탄생하는 밀리언셀러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들어 국내 독서인구 연령층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교보문고 20대 독자 구매 비중은 2016년 24.4%에서 2017년 22.9%, 2018년 22.1%, 올해는 20.1%로 뚝 떨어졌다. 온라인 서점 이용 독자는 더 적다. 2019년 한 해 동안 예스24에서 40대 독자 구매 비중은 44.2%, 30대는 24.8%를 기록한 반면 20대는 12.8%에 불과했다.

신촌에 있는 한 대학 3학년인 이지현 씨는 "학업과 스펙 쌓기 등 취업 준비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대학생이 책을 사서 읽기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치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젊은 독자 유입이 줄면서 출판시장 성장세도 꺾인 상태다. 국내 1위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는 신규 매장 출점 숫자가 2017년 전년 대비 7개에서 2018년 2개, 2019년에는 1개로 급속도로 줄었다. 국내 6대 서점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독서 절벽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출판계는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고 있다. 이들이 반응하는 키워드는 '재미, 가벼움, 참여'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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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에세이 인기는 '재미 코드'의 대표적 예다.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차지했다. 12월 19일 출간을 앞둔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출간 첫날 3만부 이상 팔리고, 예약 판매만으로 연간 베스트셀러 1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곰돌이 푸와 펭수라는 캐릭터를 향한 절대적인 '팬덤'이 이들 세대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책을 '굿즈(캐릭터 상품)'로 구입하는 현상에 대해 교보문고는 "친숙한 캐릭터와 짧은 글귀가 어우러져 독서에 대한 어려움과 거리감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두께도 가볍게 하는 다운사이징도 대세다. 출판사들은 기존 판형보다 작은 가로 11㎝, 세로 19㎝ 크기 신(新)문고판을 앞다퉈 내고 있다. 여성문학 세계문학 등을 주제로 출간 3년 차를 맞은 민음사 '쏜살문고'는 50권을 돌파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매 계절 단돈 3500원짜리 소설집 '소설 보다'를 펴내고 있다. 단편소설 4편을 한 책에 담은 이 시리즈는 계절마다 1만부 가까운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출판사들은 밀레니얼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운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민음사 유튜브인 '민음사 TV'는 20대 취향 '병맛 코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상하게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사를 찾아가 찍은 '민음사 TV 직원들 창비 쳐들어가다' '누가 팬픽을 읽는가?' 같은 방송도 거리낌 없이 제작한다.

밀레니얼이라고 나 홀로 문화만 원하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모임도 즐긴다. 유료 북클럽 회원 수 2만명을 돌파한 '트레바리'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다.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지갑을 연다. 마음산책 출판사는 지난해부터 자체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7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독자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다 보면 20대 독자가 많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20대는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지만 취향과 덕질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적극성이 있다. 1년 회비가 적지 않지만 작가와 친밀한 모임을 하거나 책 굿즈 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20대 여성 독자들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마음산책 '짧은소설' 시리즈는 그림 작가와 컬래버레이션도 시도하고 있다. 책 내용만큼 책의 '예쁨'이 중요한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월 15~17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홍대에서 독립출판을 펴내는 출판인들 모임으로 시작한 이 행사는 11회째를 맞아 예술가·출판인 220팀이 참여하는 소위 '인싸'들의 축제로 커졌다.

오프라인 서점도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파크는 한남동 서점 북파크를 '북파크 라운지'로 새로 단장했다. 매월 열리는 다양한 강연을 듣고, 비공개 라운지에서 독서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월 9만9000원인 회원제 서비스도 출시했다.

밀레니얼은 특별한 서점을 찾는 서점 기행에도 적극적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서점스타그램'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280만개를 넘는다. 부산 이터널저니, 서울 한남동 스틸북스, 서울 성북동 부쿠, 속초 동아서점 등 유명세를 얻는 독립서점이 점점 늘고 있다.

정은숙 대표는 "출판계에서 20대 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책의 타깃 독자 설정과 무관하게 문화적 폭발력과 영향력은 청춘의 입김에서 새어나오고 그 발화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주는 건 출판인들에게 영원한 고민이었지만, 요즘 젊은 독자는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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