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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통신사가 이끄는 확장현실 트렌드"..명암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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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인프라 전략 탄력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킬러 콘텐츠를 모색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현재 진행형에 가깝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이 5G 시대의 주류로 부상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로드맵이 전개되는 분위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탈통신 전략에 나서는 통신사들이 기반 인프라인 5G의 적절한 운용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것과, 통신사(ISP)와 콘텐츠 기업(CP)의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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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2 "다양한 기능 가능"

퀄컴은 3일(현지시간)부터 5일까지 미국 하와이 그랜드 와일레아 호텔에서 테크서밋을 열어 스냅드래곤 865 및 765는 물론, 확장현실 칩 XR2를 공개했다.

XR2의 기능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발전했다. 기존 프리미엄급 XR 플랫폼(퀄컴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XR 플랫폼)과 비교해 2배 향상된 CPU 및 GPU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4배 넓어진 동영상 대역폭, 6배 선명해진 해상도 및 11배 발전된 인공지능 기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로 7개의 카메라를 동시에 지원하고 전용 컴퓨터 비전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XR2는 스냅드래곤 865 기반으로 제작되며 대만 TSMC가 제작한다. TSMC는 최상위 모바일 5G AP인 스냅드래곤 865 제작을 맡는 등, 퀄컴과의 프리미엄 협력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휴고 수와트(Hugo Swart) 퀄컴 확장현실(XR) 부문 총괄 겸 부사장은 서밋 마지막 날 한국 기자들과 만나 XR2의 다양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XR2가 강력한 기능을 가진 확장현실 칩이라며 "퀄컴이 확장현실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2020년부터 시장이 성숙하면 XR2도 많은 파트너들이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상 판매 물량 및 가격 전망에는 선을 그었으나, XR2가 확장현실 시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충만했다.

그는 "퀄컴은 이미 10년전부터 XR 분야에 투자해오고 있다"면서 "물론 XR 출하율이 당연히 스마트폰 수준은 아니며, 2020년의 이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을 선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휴고 수와트 부사장은 이어 "현존하는 대부분의 증강현실 기기에는 스냅드래곤 제품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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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이 중심일 것"

휴고 수와트 부사장은 확장현실 시장에서 통신사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컨슈머 기업들이 확장현실 분야를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통신사들의 역할이 돋보인다"면서 "일본의 KDDI,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이 엔리얼과 협력해 5G폰과 결합하여 제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서밋 현장에서 야마다 야스히사 (Yasuhisa Yamada), KDDI 부총괄(Deputy GM)과 테리 슈를러(Terry Schussler) 도이치텔레콤 공간 컴퓨팅 전무가 무대에 올라 퀄컴과 협력해 엔리얼을 바탕으로 확장현실 생태계를 끌어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첼의 자체 스마트 글래스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통신사들의 해당 시장 전격전이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휴고 수와트 부사장은 "SK텔레콤은 오큘러스 고, KT는 피코(Pico), LG유플러스는 엔리얼과 만났다"면서 "한국 통신사들도 확장현실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휴고 수와트 부사장의 언급대로 최근 확장현실 영역에서 통신사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및 구글 등 다양한 ICT 기업들도 확장현실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등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확장현실 시장이 만개하고 있다는 휴고 수와트 부사장의 주장은 다소 국지적인 분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4G에 이르러 획기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네트워크 속도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았고 냉정히 말해 5G에서는 비슷한 비판이 가능하지만, 5G의 속도는 말 그대로 무수히 많은 혁신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속도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통신사들은 5G 인프라를 핵심으로 삼은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탈통신 전략도 구사해 확장현실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고속도로만 빌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직접 만들어 매출 다각화를 노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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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의미심장한 관전 포인트가 등장한다.

통신사들이 확장현실 시장의 기폭제가 되어 퀄컴과 협력,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망 이용료를 두고 콘텐츠 회사(CP)들의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5G라는 기간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면서, 예전에는 위를 흐르는 콘텐츠에 대가를 받는 것에 만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직접 콘텐츠 플레이어로 뛰며 강력한 생태계 조성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속현상이 벌어진다. 플랫폼 사업자인 통신사들이 콘텐츠 사업을 강하게 틀어쥘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아가 많은 ICT 경쟁력도 통신사를 중심으로 전개될 소지가 커졌다. 이는 통신사의 존재감 강화로 이어지며, 말 그대로 통신사가 콘텐츠와 플랫폼을 석권하는 통신사 제국 시대로 이어질 수 있다.

통신사들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5G 시대를 맞아 대두되고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들은 자사가 구축하거나 만든 콘텐츠 서비스에 망 경쟁력을 집중시켜 고객들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궁극적으로 망 중립성 약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며 자사가 가진 네트워크 인프라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성 부재의 우려가 나온다. 통신사들이 확장현실까지 아우르는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며 네크워크 슬라이싱과 같은 자체 생태계 강화 전략을 추구하는 한편 외부 콘텐츠 회사에는 막대한 망 이용료를 받을 경우, 5G를 기반으로 탄생하는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시장은 통신사 생태계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와 고객의 선택이 탈통신 전략의 통신사 로드맵을 선택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통신사들에게 유리하게 굳어지는 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은 그 자체로 건전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하고, 나아가 전체 ICT 산업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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