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한국당 뺀 4+1, 밀실에서 513조 예산 주무르고…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예산 수정안, 오늘 본회의 처리… 뭘 넣고 뺐는지 기록도 안남아

與, 선거법·공수처법 일방처리 위해 예산까지 '정치협상 도구'로

'4+1' 합치면 159석으로 과반… 표결 들어가면 어떤 법안도 통과

더불어민주당은 9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5당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만든 내년도 예산안을 올려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여야가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심사해 정부 원안(原案)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고,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 적법한 절차이자 관례다. 그러나 민주당은 어느 법에도 근거가 없는 '4+1 협의체'에서 밀실 협상으로 만든 예산안을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제1 야당을 예산안 최종 심사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강행 처리를 위해 국회의 예산 심사 절차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부터 4+1 협의체를 가동해 예산안에 대한 심사와 협의, 합의 과정을 거쳤다"며 "9일 오후 2시에 완성된 (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여야 4+1 원내대표급 회동.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각 상임위원회가 소관 정부 부처별 예산안에 대해 예비 심사를 하고, 예결위가 그 결과를 취합해 본심사를 한다. 예결위 산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정부 원안에 대해 항목별로 증액·감액 심사를 해서 수정안을 만들고, 이 수정안은 예결위 전체 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한 뒤 표결로 처리한다.

여야는 예산소위의 증액·감액 심사 과정에서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이 임박하면 예결위 여야 간사만이 참여하는 '소소위(小小委)'를 따로 구성해 심사를 했었다.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고 비공개로 진행하며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아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소소위는 국회의 예산안 심사 기구인 예결위 틀 안에 있는 것이었고, 국회 각 교섭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한국당과 벌인 협상에 진전이 없자 지난 4일부터 한국당을 제외한 야 4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뿐 아니라 예산안까지 다뤘다. 소소위보다 더한 초법적 기구에서 예산안을 다룬 것이다.

민주당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4+1 협의체에서 예산안까지 다룬 것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 4당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해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야 4당과 함께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4+1 협의체에 참여한 당은 민주당 129명, 바른미래당 당권파 13명, 정의당 6명, 평화당 4명, 대안신당 7명 등 159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소위에는 참여하지도 못한 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까지 끌어들여 '짬짜미 심사'를 했다는 것이다.

4+1 협의체의 예산안 협상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아무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고, 논의 과정에 대한 중간 설명도 없었다. 513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원안에 대해 사업별로 더하기·빼기를 하면서 어느 당의 어떤 의견에 따랐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이 남지 않은 것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는 "예산안이 패스트트랙 법안들과 연동되면서 정치적 희생양이 된 셈"이라고 했다.

[김경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