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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법안 추진할 땐 언제고… 7년만에 '타다 금지'로 갈아탄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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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를 통과하도록 사실상 밀어붙인 국토부가 7년 전엔 타다 같은 서비스를 허용하자고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역주행'을 한 셈이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2년 렌터카에 운전자를 알선해주는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다. 타다가 렌터카(11~15인승 승합차)에 운전자를 함께 보내주는 서비스인 점을 감안하면, 타다처럼 렌터카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려던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타다 금지법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선 법안 찬성 입장을 보였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에선 "국토부가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권과 상황에 따라 바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년 전 차량 공유 추진하더니…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7월 '새롭게 진화하는 버스·렌터카 사업 영역…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입법예고'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토부는 당시 "더 쉽게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 대여 사업의 운전자 알선을 제한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렌터카를 빌리는 사람이 외국인이나 장애인, 고령자(65세 이상)일 때만 따로 운전자를 알선해줄 수 있게 제한한 현행법을 고치겠다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에서 '자동차 대여 사업자는 자동차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조항을 삭제하는 동시에 '시행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갖춘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몇 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렌터카 운전자와 관련된 내용이 빠져버린 채 그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관계자는 "당시 택시 업계 등의 우려를 정치권이 반영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심사 보고서에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면 콜택시와 거의 유사하면서 사업 구역 제한만 없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변칙 운영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이후 정부는 그다음 해인 2014년 10월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11~15인승 승합차 렌트 시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는 지난해 '타다'가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시작할 때 법적 근거가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장 바꾸기' 지적에 대해 "당시 법안은 차를 빌리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기사 알선을 쉽게 하자는 취지였다"며 "지금의 타다와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타다처럼 기사 알선인지, 유상 운송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지원하려던 게 아니었다"며 "보통 사람들이 렌터카를 빌릴 때는 타다를 이용할 때와 달리 목적지를 지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차 보호하려 車 규제한 붉은 깃발 법



조선비즈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지난 7일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타다 금지법이) 150년 전 붉은 깃발 법과 뭐가 다른가. 해외 토픽감"이라고 했다. 붉은 깃발 법은 19세기 영국에서 시행된 법으로, 당시 마차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도심에서 시속 3㎞로 제한하고,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던 제도다.

국토위 통과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오후 열린 한 행사에서 "통과된 법안은 타다와 같은 혁신 시도를 어떻게 제도화할지 고민하는 법"이라며 "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내용이 있는데, 이를 시행령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타다 측과 협의를 일정 정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설명자료에서 "타다를 금지하려는 법안이 아니라, 타다를 공정한 제도권 내로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타다와 같은 플랫폼 업계와 택시, 국민 모두 공감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웅 대표는 "(그동안) 국토부와 (상생 방안을) 협의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협의 중에 저희가 제안한 내용은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강화됐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상조 실장이 "수십만 택시 운전자가 볼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누가 피해를 본다는 말이냐"며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면, 서울시 개인택시 운행 수입은 지난 10월 1692억원으로 작년보다 8%, 재작년보다 15%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라고 했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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