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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김기현 하명수사 논란'… 흰 봉투면 "돈이다 vs 입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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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방윤영 기자] [김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혐의 쟁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관련 검찰·경찰 엇갈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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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6일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사에서 열린 청와대 불법선거 개입 긴급 주요당직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12.6/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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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발단이 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들의 비위가 담긴 첩보내용 수사와 관련 연말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첩보 내용에 담겼던 김 전 시장 측근들의 비위 수사와 관련 검찰과 경찰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건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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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경찰청(당시 황운하 청장)은 2017년 12월 말 경찰청에서 하달받은 첩보를 토대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인 박기성씨와 관련된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첩보를 토대로 경찰은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박 비서실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2018년 3월16일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받은 날이어서 자유한국당은 선거개입을 목적으로 한 '표적수사'라고 비판해왔다.

경찰은 첩보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박씨가 2017년 4~5월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납품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또 박씨와 울산시 담당국장 A씨에 대해 뇌물수수, 울산 지역 레미콘업체 B사 대표 C씨에 대해선 뇌물공여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지검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다시 경찰에 내려보냈는데, 경찰이 이례적으로 재지휘건의를 하고 검찰의 수사지휘는 3회나 거듭되는 등 검경 갈등이 심화했다.

결국 울산지검은 지난 3월 "직권을 남용했거나 뇌물을 주고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박씨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99쪽에 달하는 불기소 이유고지 결정서까지 함께 첨부했다.

이 논란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송철호 시장이 당선되자 한국당은 선거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에는 첫 첩보를 송철호 현 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로 전달했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통해 경찰로 보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황운하 청장은 의혹 초기부터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황 청장은 선거 개입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고,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검찰이 '고래고기 환구사건'에 대한 앙갚음의 의도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무리한 수사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황 청장은 2016년 4월 검경 수사권 갈등의 촉발제가 됐던 '고래고기 사건'의 내용을 담은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의 출판기념회를 9일 열기로 해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쟁점 ①울산 지역 레미콘 사용 조례 적용 여부(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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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첩보' 울산 검경의 엇갈린 판단.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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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7년 4월 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 3곳의 레미콘 업체가 납품을 하다가 울산 지역 레미콘 업체 B사가 탈락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의 탈락으로 울산이 아닌 경주 지역의 두 업체만 납품하게 됐고, 시 공무원이 울산 지역 자재를 60%는 써야 한다는 조례를 들고 나왔다.

박 실장은 지난 2017년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울산시청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울산 북구의 한 신축공사 시공사 현장소장 D씨와 면담을 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박씨가 경주 지역 레미콘 업체 두곳 외에 울산 지역 레미콘 업체 B로부터도 공급을 받도록 D씨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 박씨 등 울산시는 '울산광역시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 참여를 권장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울산지검도 박씨가 울산시 차원에서 지역업체 하도급률 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조치를 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울산지방경찰청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인정되는 사실을 전제하더라도 피의자들에게 위법성 인식과 고의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부족해 기소할 수 없다며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방경찰청은 조례에서 '지역 내 생산자재 사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강제했기 때문에 공무원이 D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해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이미 해당 조례 내용이 역외 기업들과의 경쟁을 제한하는 차별적 규제라고 판단해 폐기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3년 주기로 타당성 검토를 권고한 사안이라고 맞받아쳤다. 해당 건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사의 지적에도 경찰이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며 3회에 걸쳐 기소 의견으로 송치 지휘 건의를 반복해 논란이 됐다.


사건의 쟁점 ②골프 비용 뇌물 수수·공여 입증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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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인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下命)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박 전 비서실장을 상대로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9.12.8/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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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서실장 박씨는 10억원 상당의 레미콘을 납품하게 해준 대가로 레미콘업체 B사의 대표 C씨로부터 41만원 상당의 골프 경비를 대납해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울산시 담당국장 A씨는 35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그러나 검찰은 3차례(2017년 6월24일, 7월29일, 11월4일)에 걸쳐 친 골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피의자들은 골프 경비를 현금으로 정산했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이를 반박할 증거가 없고, 일부 범죄사실은 골프를 쳤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혐의 자체를 인정하기 부족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지난해 5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기각이유에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6월24일 골프 건은 이후 박씨가 자신의 골프비를 직접 결제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경찰이 재수사를 한 뒤 '혐의없음' 의견으로 주문을 변경하면서 해결됐다.

나머지 두건은 C대표가 일괄 계산하고, 동반자가 C 대표에게 현금으로 계산했다고 증언하는데, 이런 사실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진술이나 증거를 보강하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시기에 골프장이 있는 경주의 기지국에서 휴대폰 신호가 잡혔음을 입증했고, C 대표가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A씨의 휴대폰 차 안에서 모두 현금으로 정산했다고 주장한 것을 탄핵할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보강 수사 지시를 했다.

이밖에 B사의 C대표가 울산북구청의 E씨에게 흰 봉투를 건네려 했던 것과 관련, 경찰은 현금을 건네려 한 것이라며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 흰 봉투 내의 내용물이 돈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불분명한 만큼 내용물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라고 지시하며 논란을 빚었다.

하세린 기자 iwrite@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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