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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콩 선거 후 첫 대규모 집회 80만 운집…평화적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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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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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9일로 만 6개월을 맞는 가운데 8일 홍콩 도심에서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이날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 명(경찰 추산 18만3천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입니다.

이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집회 이후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습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진을 불허했으나, 이날 집회와 행진은 4개월여 만에 허가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둔 후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집회는 구의원 선거 후 개최된 첫 대규모 집회입니다.

이날 집회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기념해 열렸지만, 홍콩 시위대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6월 9일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만 6개월이 되는 9일을 앞둔 날이면서 동시에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달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의 사망 한 달을 맞는 날이기도 합니다.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광복 홍콩 시대 혁명", "폭력 경찰 해체하라", "홍콩인이여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입니다.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홍콩은 지금 대재앙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오늘 거리에 나온 것은 전 세계에 우리가 정부와 경찰의 탄압에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위에 참여한) 80만 명은 대단히 큰 숫자"라며 "우리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하면서도 주최 측에 엄격한 조건을 붙인 평화 시위를 요구했습니다.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이 있으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고, 주최 측의 행사 중 모금 활동도 금지했습니다.

또한, 이번 시위를 오후 10시까지는 끝내야 하고, 참가자들이 누구도 위협해서는 안 되며, 홍콩 깃발이나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200명의 진행요원을 동원해 경찰이 요구한 행진 시작 시각과 경로, 마감 시간 등의 지침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위대가 경찰이 요구한 행진 마감 시간인 밤 10시 이전에 모두 해산하는 등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일부 시위대가 센트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과격 시위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은 이를 만류했습니다.

다만 이날 저녁 7시 무렵 두 명의 시위자가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고 법원인 고등법원 입구에 화염병을 던지고,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낙서를 했습니다.

이에 홍콩 법무부는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냈으며,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기관을 파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이를 비판했습니다.

시위대는 중국은행 건물에 낙서를 하고 친중 재벌로 알려진 맥심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점포를 공격하기도 했으나, 그동안의 과격 시위에 비해서는 폭력 수위가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날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치러지면서 그동안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폭력으로 얼룩졌던 홍콩 시위가 큰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시위대와 경찰의 극렬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경찰은 이를 빌미로 집회를 불허하고 시위를 진압했으나, 앞으로 평화시위가 이어질 경우 시위 진압 명분도 사라져 범민주 진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날 시위에는 참여연대, 민변, 다산인권센터, 한국YMCA전국연맹 등 한국 시민단체 대표들도 처음으로 참여해 홍콩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습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시 전역에 걸친 일제 단속과 검거 작전을 통해 지난 10월 20일 몽콕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 등으로 수배된 시위대 11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총기 등을 압수했습니다.

6개월간 이어진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가 소지한 총기가 압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체포된 시위대는 남자 8명과 여자 3명 등으로, 연령대는 20세부터 63세까지 걸쳐있었습니다.

직업도 학생, 회사원, 실업자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반자동 권총과 탄창 5개, 탄알 105발, 단도 3자루, 방탄조끼 2벌, 최루 스프레이, 곤봉 9개, 폭죽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이날 시위 때 혼란을 조성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에게 총격을 가하거나, 무고한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후 그 책임을 경찰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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