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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타다’ 시한부 운명에 국내 스타트업계 ‘패닉’ 상태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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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신산업 육성 ‘헛말’… “미래산업 밥줄 끊었다” / “정부, 지원 약속 저버린 채 방관 / 與野 택시업계 표 의식 졸속 의결” / 반대 입장 공정위도 사실상 철회 / “시한부 운영 어떤 의미 있겠느냐 / 잘못된 법안 지금이라도 철회를” / 타다 모기업 쏘카 이재웅 대표 간청

세계일보

사진=뉴스1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가 시한부 운명에 처하자 국내 스타트업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면서 4차 혁명시대의 견인차가 될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도 기득권에 휘둘리면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국토교통위가 ‘타다금지법’을 의결함에 따라 ‘타다’의 법적 운행 근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어야 하고, 대여 또는 반납 장소는 공항이거나 항만인 경우로 한정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하고, 시행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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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 대표. 서상배 선임기자


규제의 신설·강화라면서 ‘타다금지법’에 대해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6일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국토교통위 소위에 제출한 ‘여객운수법 개정안 검토 의견’에서 ‘자동차 대여 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타다금지법’에 대해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하루 뒤에는 “경쟁 당국으로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법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반발과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의원들의 입김에 반대 의견을 거둬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타다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 1년 반 뒤에는 항공기 탑승권 없이는 공항도 갈 수 없는 서비스가 될 텐데 시한부로 운영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타다금지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잘못된 법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해 달라. 하다못해 대여자동차 기사 알선의 ‘붉은깃발’ 규정이라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국민편익과 미래를 보고 갑시다. 혁신일지도 모르는 서비스이고, 택시에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대통령 공약인 공유경제, 혁신성장, 일자리에 있어서 역할을 미약하게나마 하고 있는 서비스를 살려 달라”고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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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국토부를 향해서도 “2012년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되어 있는 기사알선렌터카를 국민 편의를 위해 확대 허용하겠다고 했을 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7년 동안 무엇이 달라져서 입법 취지였던 국민편익을 무시하고 지금 기사알선렌터카를 사실상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스타트업계는 국회 국토위가 업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상정 20여분 만에 별다른 논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의원 자리에 눈멀어서 한국 미래산업의 밥줄을 끊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은 기본적으로 전통산업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정부나 국회가 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총선을 앞에 뒀다고 택시업계 말만 반영한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자리를 보전하려고 신산업은 물론 한국 미래의 밥줄을 끊었다”며 “이 나라의 미래보다 의원 자리가 더 중요한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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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와 함께 고사 위기에 처한 모빌리티업계도 공황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차차’ 운영사 차차크리에이션의 김성준 명예대표는 지난 6일 “혁신을 외치는 정부로부터 스타트업 차차는 유린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절박한 심정”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국민의 편익 제고를 더 중요하게 여겨 달라”고 호소했다.

오정근 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싱가포르의 차량호출 서비스로 출발한 ‘그랩’이라는 회사는 성공을 거듭해 파이낸셜 부문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나라는 ‘타다금지법’이 발의됐다“며 “‘타다금지법’은 (영국이 1865년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도록 제한한) ‘붉은깃발법’처럼 혁신을 꺾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우상규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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