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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그대론데…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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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출발지 방사선량 측정 결과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전의 1천배

올해 태풍으로 제염 작업 물거품

“일본 정부 오염실태 축소 발표”

일 정부가 제시한 1인당 허용 기준

원전 노동자 노출제한 수치와 같아

“암에 안전한 방사선 수치는 없어”

오염지도·역학조사 정보 모두 부실

평화 올림픽 치르려면 투명 공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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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4일 일본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로 지정된 ‘제이(J) 빌리지’에서 고농도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그린피스가 10월 말께 이 지역 방사선량을 조사한 결과 제이 빌리지 주차장에서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전보다 1천배가 넘는, 최고 시간당 71u㏜(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이곳은 후쿠시마 제2원전에서 20㎞ 떨어진 지점으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는 후쿠시마원전사고 대응 거점으로 사용됐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26일 제이 빌리지 인근에서 성화 봉송이 출발해 후쿠시마현 전역을 경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마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변화 캠페이너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과 방사능 위험’ 세미나에서 “최근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해 후쿠시마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산지가 방사능 오염 저장고라는 사실과 올여름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이 지역을 재오염 악몽에 몰아넣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올림픽 경기 2개 종목이 열리기로 예정된 후쿠시마에 집중호우나 태풍이라도 닥치면 과연 평화 올림픽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지역의 제염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와 달리 도쿄 북부 지역은 여전히 방사능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틸먼 러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교수는 “지난 5월 중순 후쿠시마현 이타테 마을의 제염부지 모니터링 측정소에서는 0.25밀리시버트가 측정된 반면 측정소 밖에서는 오히려 0.3~0.4밀리시버트가 검출됐다. 심지어 아이들이 놀고 있는 운동장에서는 2.5~2.6밀리시버트가 측정됐다”며 “일본 정부가 오염 실태를 축소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프 교수는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 방지 국제의사회’와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 소속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타테에는 라오스 올림픽 대표팀 본부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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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현 주민인 가토 린은 국회 세미나에서 “산악은 제염이 불가능하고 토양오염이 심각해 버섯이나 산채, 야생 멧돼지 따위에서 고농도 방사선량이 측정되고 있다”며 “올해 9월5일에는 버섯류의 출하가 제한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난 곳에서 60㎞ 떨어진 후쿠시마시에서 살고 있던 린은 원전 사고 뒤 배가 아프지 않은데도 설사가 나고 딸이 계속 코피를 쏟아 피난지역이 아님에도 오사카로 이사를 했다. 그는 “올해 2월 먼저 살던 집을 방문해보니 고농도 토양을 제염해 모은 포댓자루가 산처럼 쌓여 있어 방사선량이 치솟았다”며 “지난해 후쿠시마현 방사능 오염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의 농도가 원전 부근과 마찬가지로 고선량으로 표시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년간 1인당 노출 허용치를 20밀리시버트로 제시해놓고 그 이하 농도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국제적으로 보고된 연구 결과들은 아무리 작은 방사선이라도 노출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방사선과 암 발생 사이에 역치(일정 수준 이상이면 발병하는 임계값으로, 거꾸로 그 이하면 안전하다는 수치)는 없다는 것이 통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원전 종사자가 5년 동안 누적 100밀리시버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20밀리시버트는 원전 노동자의 노출제한 수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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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치와 관련된 최신 보고서는 2018년 8월 의학저널 <랜싯 혈액학>에 실린 논문으로,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웨덴·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9개의 코호트(동일집단 추적조사) 연구 데이터를 총합해 아동·청소년기에 연간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의 암 발병 추세를 분석한 것이다. 1915~2004년에 26만2573명에 대한 분석으로 평균 약 20년 동안 관찰했으며, 골수에 노출된 방사선량은 평균 누적 19.6밀리시버트였다. 이 가운데 154명은 급성·만성 골수성 악성종양에, 40명은 급성 림프성 백혈병에 걸렸으며 221명은 기타 백혈병(만성 림프성 백혈병 등)에 걸렸다. 주 교수는 “논문은 가장 작은 5밀리시버트에 비해 5~100밀리시버트까지가 3배 정도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논문의 결론은 전리방사선의 안전한 역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중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전 동국대 교수)은 “도쿄올림픽에 가면 얼마나 방사선에 피폭될지, 일본 국민들은 하루 얼마나 피폭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오염지도는 후쿠시마 근처만 표시돼 있고 역학조사 정보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모두의 데이터’라는 시민단체가 나서 시민들이 측정한 방사선량 결과를 모아 전국 오염지도를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김 운영위원은 “일본 정부가 유일하게 공개하고 있는 역학 자료가 후쿠시마 어린이 갑상샘암인데 30만명 중 218명이라고만 공개했을 뿐 비교 대상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미국인 전체 대상으로 한 결괏값(연간 100만명 당 1명)에 비하면 70배,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 자료(100만명당 3명)와 비교해도 2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잠복고환증(태아의 고환이 뱃속에서 만들어져 내려오지 않은 채 태어난 상태)이 13.4% 증가하고 사산율이 2012년에 12.9% 증가한 뒤 아직까지 원상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대한 정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려면 정보 공개부터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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