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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변혁’ 창당 공식화…‘바른+미래’ 실험, 왜 마침표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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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 비당권파 변혁, 창당 준비위 체제

-근 2년 계파 싸움 계속·정체성 부재 등 난항

-기대 받았지만 지지율 4~6% 박스권 정체

헤럴드경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 대회에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의원, 권은희 의원, 유승민 의원,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연합]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 입장하며 주승용 최고위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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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연기를 뿜던 바른미래당의 ‘분당 열차’가 결국 종착역에 도달하고 있다. 창당 1년 10개월 만이다. 양극단 정치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나선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합당 실험은 결국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바른미래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지난 8일부터 창당 준비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변혁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적 중도보수’, ‘공정’, ‘정의’를 핵심 가치로 걸고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바른미래 전체 국회의원 28명 중 15명이 변혁에 동참했다. 다만 전날 발기인 명부에는 이 중 바른정당 출신 8명과 국민의당 안철수계 7명 중 권은희 의원 1명만 이름을 썼다. 이날 함께 하지 않은 안철수계 6명은 안철수 전 의원의 의사를 들은 후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바른미래가 결국 쪼개진 데 대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유지되지 않았다는 평이 상당하다. 지난해 2월 출범 이후부터 만성적인 내홍을 겪었지만, 제대로 진화(鎭火)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바른미래는 출범하고 얼마 안 돼 ‘한 지붕 두 가족’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계, 중도 내지 옅은 진보색채를 띈 국민의당계로 나뉜 당원들이 핵심 현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엇박 기류가 계속됐다.

여기에 대주주 역할을 해왔던 유승민 의원과 안 전 의원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참패로 물러나자 잡음은 더욱 잦아졌다. 융합의 적임자로 꼽힌 손학규 대표가 사령탑에 올랐지만 올해 4·3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참패한 후 결과적으로는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를 넘어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 안철수계, 국민의당 호남계 등으로 계파는 더욱 갈라졌다. 막바지에는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 유 의원·안 전 의원 주축의 비당권파로 재편되는 등 대치는 끝없이 이어졌다. 제 1·2당을 견제하기 위한 공력은 이로 인해 상당 부분 소모됐다.

내부 구성원들 간 소통에도 난항이 있었다. 특히 핵심 가치인 당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도 소통이 잘 되지 않은 점이 치명적이었다.

바른정당계는 당의 지향점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합리적 진보’까지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해 갈등이 빚어졌다. 또 바른정당계는 공개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주장하고, 손 대표 측의 당권파는 통과에 앞장서는 등 이들 간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한 치 양보 없는 대립으로 감정 골은 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핵심 가치가 흐릿하니 이슈 선점도, 제 1·2당에 맞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손 대표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 수도권과 호남권 등 핵심 지지층을 둘러싼 갈등도 문제가 됐다. 결국 당 지지율은 수개월째 4~6%로 박스권에 머무르는 등 유권자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한편 변혁의 당명은 ‘변화와 혁신’으로 채택됐다. 정식 당명은 대국민 공모를 한 후 오는 11일 결정할 예정이다. 바른미래 당권파는 변혁의 이같은 행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바른미래 당적을 유지한 채 신당을 만들 시도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없던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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