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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감정원 “공시가 오류, 조사원 주관 배제해 줄이겠다”… 정권의 의지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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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첨단기술 활용한 공시가 산정 시스템 시연

“조사원 주관 배제해 시스템적으로 공시가 산정”

특정 부동산 위주로 가격 올리라는 정권의 주관이 문제

헤럴드경제

[사진=한국감정원의 공시지가 모바일 현장조사앱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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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가.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원이 스마트폰에서 공시가격 현장조사 앱을 켜자,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작동해 조사 대상 부동산의 지도와 건물용도 및 구조, 용도지역, 형상, 기존 공시가격 등의 정보가 나타났다. 각 항목의 미세한 차이 하나하나가 공시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다. 조사원은 현장조사를 통해 등록된 정보가 실제와 맞는지를 확인해 오류가 있다면 정정하고 공시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감정원은 이날 개원 이래 50년만에 처음으로 공시가 조사 시스템을 시연하는 방식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올해 공시가 결정 과정에서 ‘오류가 많다’,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에 내년도 공시가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취지다.

감정원이 오류 최소화를 자신하는 바탕에는 자체 개발한 가격 조사·산정 프로그램 ‘KRIMS(한국감정원 부동산통합업무시스템)’가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데이터와 연동이 돼 토지·건물 특성 기본자료는 물론,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 금액, 인근 유사 주택의 감정평가 금액 등 가격 산정에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제공된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한 토지특성 자동조사시스템까지 도입돼 눈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미세한 경사까지 포착된다. 조사원은 이 자료와 현장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주택의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감정원이 이 시스템을 공개한 것은 조사원 개인의 주관이나 능력에 따라 감정가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감정평가사 자격증도 없는 수백명의 직원이 1000만건이 넘는 부동산을 감정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감정원 측은 ‘개인의 전문성’을 따지기에 앞서 ‘시스템의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전문성에만 의존한다면 오히려 개개인의 주관에 의해 공시가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시스템만 제대로 구축해 놓는다면 누가 공시가를 산정하느냐와 무관하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값이 매겨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훈 공시통계본부장은 “공시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지만, 공시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촘촘히 설계해 놓으면 주관으로 결정되는 범위가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오류를 더 줄이기 위해 공시가를 판단할 수 있는 틀을 더 세밀하게 했고, 오류 검증도 더 철저하게 할 것”이라 다짐했다.
헤럴드경제

[사진=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한 표준주택 앞에서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원이 기자들에게 모바일 앱을 활용한 공시가 현장조사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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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공시가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공시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이 있는 ‘정부의 의지’가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 논란 역시 정부가 ‘고가 주택 위주로 공시가를 올리라’고 주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촉발의 계기가 됐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공시가를 어떻게 조정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근거와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통계학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정도의 오류까지 모두 의심을 받는 여지에 이르게 됐다.

김 본부장은 “공시가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국토부에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하자고 건의했다”며 “국토부 역시 이달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고 한 만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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