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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중 기술전쟁’ 대륙, 은밀하고 치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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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중국, 올 초 공공부문 외국산 PC·SW 제거 극비 명령”

최대 3000만대 교체 전망…화웨이 제재 등 맞서 서둘러 진행

미 첨단 분야서 근무하는 중국계 연구인력의 ‘유턴’도 늘어나

중국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없애는 조치에 들어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업체를 제재하는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올 초 공공부문에서 ‘외국산 컴퓨터·소프트웨어’를 3년 안에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기밀사항이지만, 사이버 보안회사 2곳의 직원들이 이를 확인했다고 FT는 전했다.

2020년에 중국 각 부처와 공공기관 컴퓨터의 약 30%, 2021년엔 50%, 2022년에 20%를 각각 교체한다는 계획에 따라 ‘3-5-2’란 별칭까지 붙었다. 이로써 하드웨어 약 2000만~3000만대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 정책이 중국에서 2017년 통과된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기술 사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를 압박하자 이 계획이 더 시급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 지난달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소 통신업체들에 연방보조금을 화웨이·ZTE의 장비 구매·유지 비용에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 같은 압박에 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와 기업을 억압한다”며 비난했으며, 화웨이는 미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내 연구개발센터를 캐나다로 이전할 것” “미국 제재에도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이 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최근 화웨이가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30’은 미국산 부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하드웨어는 중국산으로 바꿀지라도 단기간에 소프트웨어까지 자국산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기술전쟁의 여파는 업계 인력 이동, 연구 협력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 첨단 분야에서 일하는 중국인이나 중국계 미국인들이 중국으로 귀국하거나, 귀국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난 6일 전했다. 두 나라 사이 기술격차가 줄어든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미 당국의 보안 감시도 심해진 탓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미국 유명 대학 다수와 연구 협력을 중단·재고한 반면 러시아 대학·연구소 최소 8곳과 협력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대표 IT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국방부의 현대화를 위해 아마존의 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지난 7일 ‘레이건 국방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부상을 상기시키면서 “아마존은 국방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국방부와 보안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술을 전쟁에 사용할 수 없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IT업계에서 IT기술의 비윤리적 사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협력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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