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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김재원 작심토로에 의원들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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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4번 심재철, 김재원 조, 52표.”

9일 오전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여상규 의원의 발표에 장내에선 탄성이 나왔다. 이날 한국당은 심재철(안양 동안을‧5선)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심 의원과 한 조를 이뤄 출마한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3선) 의원이 신임 정책위의장이 됐다.



쇄신보다 격려의 호소



이날 오전 9시 8분 국회 본관 246호 의총장에 후보들이 입장했다. 유기준(부산 서-동‧4선)‧심재철‧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3선)‧김선동(서울 도봉을‧재선) 의원 모두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이들은 정책위의장에 나선 박성중(서울 서초갑‧초선)‧김재원‧이장우(대전 동‧재선)‧김종석(비례‧초선) 의원과 함께 의총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에게 20여분 동안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후보가 4명으로 많은 탓인지 상호 토론 없이 정견발표만 있었다. 첫 주자는 심 의원이었다. 심 의원은 당내 화두인 '쇄신'보다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인적쇄신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새로운 인물이라도 그 사람이 각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의원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공천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교안 대표께 직언하겠다”라고 했다.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당연히 해야 한다”라면서도 “통합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건데, 무턱대고 합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황심(黃心)’ 논란에 대해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재원 의원은 자신의 재판 과정을 회고했다. 현재 김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년 전 이맘때, 제 딸이 수능시험을 치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말문을 연 그는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에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주변 식당에서 낙서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주겠어’”라며 “우리가 늘 스스로에게 회초리만 드니까, 국민도 우리를 보고는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 혁신, 쇄신을 해도 우리 스스로를 존중해야 국민도 우리 말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혁신과 투쟁전략을 테마로 한 다른 후보와 달랐다.

중앙일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출마한 유기준(왼쪽부터), 심재철, 강석호, 김선동 의원이 9일 2019년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의원총회장 앞에서 손을 잡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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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팀이 결선투표



오전 10시 29분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한국당 현역 의원은 108명이다. 이날 의총에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순자 의원을 제외한 107명의 당 재적의원 중 106명이 참석했다. 유일한 불참자는 김세연 의원이었다. 여상규 선거관리위원장은 10시 45분 “김 의원에게 전화했으나, 투표를 안 하겠다고 한다”며 종료를 선언했다.

1차 개표 결과 심재철‧김재원 조가 39표를 얻었고, 강석호‧이장우 조와 김선동‧김종석 조가 28표로 동점이었다. 유기준‧박성중 조는 10표를 득표했다. 여 위원장은 “규정에 따라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므로 결선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 득표를 한 두 조가 동점이므로, 3개 조를 놓고 결선투표를 한다”며 “단 결선투표는 과반 여부와 상관없이 다득표자가 당선된다”고 설명했다.



유기준 10표, 심재철한테 쏠린 듯



2차 투표는 추가 정견발표 없이 곧바로 진행됐다. 관건은 1차 때 유기준 10표가 어디로 향하는지, 또한 팽팽한 강석호-김선동 표심이 2차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가였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1차 때 1위였던 심재철 후보에게 표심이 더 쏠렸다. 심재철‧김재원 조는 13표가 늘어난 52표를 받았고, 강석호‧이장우 조와 김선동‧김종석 조는 오히려 1표가 준 27표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볼 때는 1차 때 유기준 후보에게 갔던 10표가 몽땅 심재철 후보에게 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차피 될 후보에게 몰아주려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 의원은 취임 직후 연단으로 나가 “오늘 당장 여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찾아가 예산안 지금 추진하는 걸 ‘스톱’하라, ‘4+1 협의체’는 안 된다, 같이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경선이 끝나자마자 심 신임 원내대표는 통상 진행되는 취재진과의 일문일답도 없이, 전임 나경원 원내대표로부터 간단한 인수인계를 받고는 곧바로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된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여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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