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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TF현장] MB-검찰, 미국에서 온 회신에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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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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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억 뇌물혐의액 증거 사실로 확인…내년 1월 검찰 구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혐의를 둘러싼 인보이스(송장) 공방이 항소심 재판 절차와 함께 마무리될 모양새다. 검찰이 지난 9월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액을 입증할 인보이스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인보이스 38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변호인단은 일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맞섰으나 연말로 잡힌 최종변론기일 전까지 검찰 측 사실조회 결과를 반박할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9일 오후 3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대통령의 2심 3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5월28일 이 전 대통령이 430만 달러(한화 약 51억6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인보이스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로부터 제보받아 공소장에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DAS)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에게 대납받는 형태로 해당 금액을 제공받았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익명의 제보자에게 이첩받은 인보이스 사본만으로 혐의를 증명할 수 없다고 부인해 왔다. 이에 검찰은 인보이스 출처인 에이킨검프에 직접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란 형사사건 진행 과정에서 다른 국가에 도움을 요청해 받는 형사사법상 협조를 말한다.

피고인 측 증인 김백준(79) 전 청와대 기획관이 연달아 불출석해 수 회 기일이 공전되자 "재판 지연 전략"이라며 얼굴을 붉혔던 검찰로서는 부담이 많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에서 날아온 사실조회 결과는 결실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은 통상 한 달에 2회씩 열렸지만 10월 21일 공판을 마지막으로 추정(추후지정) 단계에 들어간지 1개월을 넘겨 열린 공판이었다. 검찰은 지난 5일 미국 법무부로부터 "사실조회를 요청한 38건의 인보이스는 삼성 미국 법인의 청구서로, 통상 기업활동에 따라 보관되고 작성된 것임을 확인한다"는 에이킨검프 측의 선서진술서와 인보이스 38건을 회신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신원이 불확실한 제보자가 검찰에 건넨 인보이스 사본이라 객관적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뒤집을 핵심 근거였다.

변호인단은 "미국에서 회신받은 인보이스와 권익위에서 제보한 인보이스,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해 얻은 인보이스가 수신인과 타임차지 등 일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작성 사실만이 아니라 인보이스 송달과 수령 과정까지 인정돼야 증거로서 효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별도로 삼성 미국법인(SEA) 측에 신청한 자료 요청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다스는 유의미한 회신을 일부 받은 상태로, 추가로 질문한 내용도 곧 회신받을 예정이다. 늦어도 일주일 내 검찰, 이주 내 재판부에 각각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변호인 측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제 이해력이 약간 떨어지는지 변호인 측이 지금 주장하는 것들은…"이라고 날세워 말해 재판부가 제지하기도 했다. 약 5분간 휴정한 후 재개된 재판에서 검찰은 "휴정한 사이 회신받은 인보이스 38건을 재검토했는데 기존 이첩받은 문건과 모두 동일하다"며 "에이킨검프 측 선서진술서 역시 해당 로펌의 변호사가 위증시 처벌받겠다는 내용을 전제로 선서한 것이라 증거로서 효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 진술과 증거인부를 위해 13일 오후 5시로 속행 공판을 잡았다. 20일 오전 11시에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삼성 미국법인과 다스에서 회신받은 자료와 반박 증거를 바탕으로 변론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7일에는 삼성 뇌물 관련 사건 쟁점 변론을 마지막으로 내년 1월 8일 오후 2시 5분에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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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37차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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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공판은 검찰의 핵심 증거 제출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법정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도 애가 탔는지 한 지지자는 휴정시간에 "검사님, 제가 한 마디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업적을 많이 남기신 대통령"이라며 "검사님께서 협조 좀 해주시라"고 외쳐 방호원에게 끌려 나가기도 했다. 약 1개월만에 본인 공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지지자의 소란에도 미동없이 묵묵한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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