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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진들, 황교안 독주체제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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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새 원내대표 선출]

黃대표의 초·재선 중심 당개편에 多選의원들 집단적 반감 드러내

선거·공수처법 등 국회 혼란 상황… 협상 경험 많은 沈의원에 표 쏠려

非朴 심재철·親朴 김재원 손잡아… 당내 "계파구도 이젠 완전히 깨져"

9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의원이 승리한 것은 '친황(親黃) 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일원화돼가는 당 구조에 대한 의원들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역 50% 물갈이'를 내세우며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당직을 개편한 황 대표를 두고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진들이 집단적 반감을 드러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가운데)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신임 심재철(왼쪽) 원내대표, 김재원(오른쪽) 정책위의장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5선인 심 원내대표 선출은 황 대표 중심으로 일원화돼 가는 당 구조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됐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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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신임 원내대표는 3선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을 정책위 의장 후보로 선택해 1차 투표에서 39표를 얻었고, 2차 투표에선 절반에 가까운 52표를 얻었다. 비박(非朴)계 출신 심 원내대표는 지난 2월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엔 비황(非黃)으로도 분류됐다. 이번 경선에선 어느 후보에게 '황심(黃心)이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거론됐지만 심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부터 선을 그었다. "저는 황심이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했다. "당대표로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조용히 그러나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하겠다"고도 했다. 황 대표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한 다른 후보들과 달리 당의 '투톱'으로서 대표 견제 역할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한 것이다. 황심 논란은 3선 윤상현 의원이 '황 대표와 교감했다'며 출마를 선언했다가 갑자기 입후보를 포기하고 재선 김선동 의원이 8일 갑자기 출마 선언을 하며 확산됐다. 황 대표와 가까운 일부 초·재선 의원이 주변에 김 의원 지지를 호소하면서 '황심은 김 의원에게 있다'는 말이 돌았다. 김 의원은 이날 "젊은 재선 원내대표로 당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했지만, 1·2차 투표에서 각각 28표와 27표를 얻으며 연속 공동 2위에 그쳤다. 한국당 전체 의원 108명 중 초·재선 의원은 73명으로 압도적 다수였지만 이들의 표심 중 절반도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한 지도부 의원은 "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 때문에 극심한 혼란 상황이라 협상 경험이 많은 심 의원에게 표가 쏠린 것 같다"며 "총선을 이끌 사무총장·전략부총장 등 당 지도부가 초·재선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원내 지도부만큼은 경륜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와 짝을 이뤄 당선된 김 신임 정책위 의장은 핵심 친박(親朴) 출신에 황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로 이번 경선에서 옛 친박계 표를 끌어오면서 '보완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 정책위 의장은 현재 예결위 의장이며 과거 정개특위 간사도 맡아 여야 간 최대 쟁점인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협상에서 당내 전문가로 통하기도 한다. 김 정책위 의장이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과거 계파 기준으로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었을 심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 의장이 손잡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면서 전통적 친박·비박 구도는 당내에서 완전히 깨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심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의 인적 쇄신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선 의원들이 똘똘 뭉쳐 5선 원내대표를 당선시키면서 총선 공천 때 진행될 중진 '물갈이'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저항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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