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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피플] "돈 세탁 꿈도 꾸지마"…AI로 `금융 철통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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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짐 굿나이트 SAS 창업자·최고경영자


# 아이슬란드 대표 은행인 란즈방킨은 글로벌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SAS의 인공지능(AI) 기반 자금세탁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솔루션을 도입했다. 모든 거래를 일일이 수동으로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범죄 자금 조달 등 불법행위와 관련해 엄격한 정부 규정을 준수하면서 의심스러운 거래를 AI로 빠르게 판별하기 위해서다. 란즈방킨은 시장 점유율이 39%다. SAS의 솔루션이 적용된 결과 란즈방킨은 매일 1000여 건에 달했던 오탐 건수를 100건 안팎으로 대폭 줄였고 불법 보험금 청구 사례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은행 준법감시팀은 오탐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 덕분에 다른 부정거래 적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레그테크(Regtech)'가 주목받고 있다. 레그테크는 레귤레이션(regulation·규제)과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금융 규제를 준수하면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그테크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핀테크, 블록체인, 챗봇 등 최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금융 거래량 등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 범죄가 첨단화하자 사기 방지, 사이버 보안 등에 대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AI를 활용해 복잡한 금융 규제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금융 규제 준수와 관련해 글로벌 금융업체들은 연간 100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까지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글로벌 금융회사 중 30%가 AI를 기반으로 하는 준법 감시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금융회사도 레그테크에 관심이 많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레그테크 중 AML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지난 1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평가 대상에 올랐다. 결과는 내년 4월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AML 시스템 구축은 국내외 금융회사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ML 시스템에 AI와 머신러닝을 도입하기 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주목하는 AML 시스템은 크게 4가지 서비스로 구성된다.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을 적발하고 보고하는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거액의 현금 거래를 보고하는 '고액 현금 거래 보고'△ 고객을 식별하고 고객의 자금세탁 리스크를 파악하는 '고객 확인 의무'와 '고객 알기 제도' △의심스럽거나 제재 대상인 개인과 조직을 식별하는 '감시 목록 스크리닝' 등이다. SAS 관계자는 "환거래 송금이 증가하면서 고객 확인 의무와 감시 목록 스크리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6년 미국에서 설립된 SAS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147개국 8만3000여 개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이 SAS의 고객이다. 통계학 대가인 짐 굿나이트 SAS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정교한 AI 알고리즘을 평소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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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융회사가 SAS 솔루션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4월 AI 기반 무역금융자금세탁·사기방지 시스템 '넥스트젠(NextGen)'을 도입했다. 스투 브래들리 SAS 사기방지·보안 인텔리전스 부문 부사장은 "SAS 분석 플랫폼을 통해 모니터링 시간이 개선되면서 운영비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SAS의 대표적인 AI 기반 기업용 분석 플랫폼 'SAS 바이야(Viya)'를 도입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했다. 조민기 SAS코리아 이사는 "금융회사가 AML 규제에 대응하려면 최적의 AI 모델과 임계값을 설정해야 한다"며 "기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 범죄 패턴을 식별하고 오탐에 영향력 있는 변수를 발굴하는 등 내부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S는 연구개발(R&D)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연매출 중 약 26%를 R&D에 투자한다. 이는 업계 평균(12.5%)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SAS는 향후 3년간 AI 분야에 10억달러(약 1조194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SAS코리아는 "국내 은행들이 AI를 활용한 레그테크를 구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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