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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출동 41일만에…가족 떠나 현충원 몸 누인 독도 구조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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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해상 헬기 추락사고 희생 구조대원 5명 영결식

영결식 앞서 치러진 노제…고인들 일한 일터에 작별

문 대통령 “그들의 삶, 우리 영토 독도서 영원할 것”

희생대원들 1계급 특진·훈장 추서…대전현충원 안장

중앙일보

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독도 헬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구조대원들의 노제가 치러쳤다. 유가족들이 고인의 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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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7시 40분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 검은색 영구차 5대가 나란히 들어섰다. 뒤를 따르던 대형 버스 5대까지 중앙119구조본부 항공대 계류장에 주차를 마쳤다. 차량에서 내린 200여 명의 사람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31일 오후 손가락 부상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출동했다 독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구조대원 5명의 유가족들이다. 고인들을 장지로 떠나보내기 전 이들이 근무했던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노제(路祭)를 치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노제는 상여가 장지로 가는 도중 거리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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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독도 헬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구조대원들의 노제가 치러쳤다. 고(故) 배혁 구조대원의 위패와 영정을 앞세운 행렬이 중앙119구조본부 안을 걷고 있다.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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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종필(46) 기장과 이종후(39) 부기장, 서정용(45) 검사관, 배혁(31) 구조대원, 박단비(29) 구급대원의 위패와 영정을 앞세운 행렬은 느리게 걸음을 옮기며 중앙119구조본부 곳곳을 밟았다. 이들이 출동한 지 41일 만에 다시 찾아온 일터였다. 노제 행렬은 고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훈련했을 항공구조구급대, 수난구조훈련장, 종합훈련센터, 중앙119구조본부 본관을 한발 한발 아로새기듯 발길을 옮겼다.

행렬이 이동하는 거리는 짧았지만, 유가족들에겐 고통스러운 길이었다. 행렬의 길목마다 고인의 사진이나 고인의 평안을 비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혁아! 너의 열정, 너의 따뜻함, 잊지 않을게!’ ‘존경하는 김종필 기장님 보고싶습니다. 부디 행복하십시오’ 같은 글귀들이 유가족의 울음 소리를 더 키웠다. 일부 유가족들은 고인의 사진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서서 눈물 흘리기도 했다. 노제 행렬은 본관 옆에 도열한 소방·구조차량의 배웅을 받는 것을 마지막으로 고인들의 일터에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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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독도 헬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구조대원들의 노제가 치러쳤다. 유가족들이 중앙119구조본부 내 종합훈련센터 내부를 지나고 있다.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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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제를 마친 유가족들은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 영결식장으로 이동했다. 소방청장(葬)으로 엄수된 합동 영결식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문호 소방청장, 손정호 중앙119구조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다섯 분 모두 자신의 삶과 일에 충실했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커다란 사랑을 줬다. 언제나 최선을 다한 헌신이 생사의 기로에 선 국민의 손을 잡아준 힘이 됐다”며 “국민을 위한 다섯 소방항공대원의 삶은 우리 영토의 동쪽 끝 독도에서 영원할 것이다. 아침 해가 뜰 때마다 우리 가슴에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겨줄 것”이라고 추도사를 전했다. 이어 구조대원과 같은 사고로 함께 희생된 선원 고 윤영호(59)·박기동(46)씨의 이름도 호명하며 “일곱 분 모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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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독도 해역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 영결식에서 고인들의 동료 대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추도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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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인들의 동료였던 김성규 기장과 배유진 구급대원이 고별사를 전했다. 김 기장은 “40일 동안 부르고 또 불렀건만 왜 대답이 없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보내 드려야 한다고, 작별 인사를 하라고 하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가요”라며 “가슴이 너무도 아프고, 찢어지고, 한스럽지만 당신들을 보내드려야 합니다. 당신들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소방…. 당신들의 이름이 빛나도록 우리가 더 열심히 임무수행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배 대원은 “우리가 격납고 앞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반겨주세요. 혹시 우리가 울고 싶고 힘들 때면 하늘을 바라보겠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당신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의 항공대원이었음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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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독도 해역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서 고인에 대해 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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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수습된 이종후 부기장과 서정용 검사관, 박단비 구급대원은 영결식 후 세종시 은하수공원에서 화장을 거쳐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부는 희생된 구조대원 5명에 대해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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