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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싸울 가치 없는 전쟁이었던 아프간전, 美정부가 진실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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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개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수많은 미군의 희생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을 가치가 없는 전쟁이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전은 뚜렷한 목표도 없이 부실한 관리와 전략으로 18년 간 표류해 왔지만 정부가 장밋빛으로 포장해 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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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 바그람 공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19.1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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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미국 연방정부가 아프간전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책 결정자인 고위 당국자와 전쟁에 직접 참여한 군 장성, 외교관과 아프간 관료들, 구호 활동가들까지 모든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작성한 2000쪽 분량의 미공개 자료와 428개에 달하는 인터뷰 녹취록 등을 입수해 보도했다.

미 정부는 인터뷰 대상자 대부분의 신원과 거의 모든 내용을 감추려 했으나, WP는 3년 간의 법적 싸움 끝에 미국 정보공개청구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자료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WP의 이번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해 미군을 철수시키려 하는 중대한 시기에 나와 더욱 주목된다. 아프간전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2001년 9월 26일 시작됐다. 알카에다의 수괴인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미국 특수부대 공격으로 사망했으나, 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의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료에는 400명 이상의 내부 관계자들이 아프간전이 어떻게 잘못 됐는지, 미국이 근 20년 간의 전쟁에서 얼마나 허덕이고 있었는지에 대한 가감 없는 비난과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료에 따르면,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아프간전을 총지휘했던 더글라스 루트 3성 장군은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내부 관계자들은 아프간을 안정시킨다는 야심차면서도 모호한 계획과 승산 없는 싸움을 위해 수많은 인명과 비용이 희생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아프간 전략 중 중심 내용은 경찰과 군대를 아프간 병력으로 구성해 안보와 치안 책임을 넘겨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규율 없는 아프간 군인들과 정부와 군대의 부패, 연합군에 대한 아프간 보안군의 아군 공격 등으로 수년 간의 노력에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2011~2012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라이언 크로커는 "부패는 아프간 분쟁의 불가피한 부작용이었다"며 "법치주의가 거의 실행되지 않고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제대로 기능하지도 않는 경제에 수천만달러를 쏟아 부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또한 아프간전을 위해 수많은 인명과 천문학적 비용을 낭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은 77만5000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230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2만589명에 달한다. 현재도 1만3000명의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다.

또한 2001년 이후 국방부와 국무부, 국제개발기구 등이 아프간전을 위해 지출 또는 운용한 비용만 9340억~9780억달러에 달한다. 이 외에도 중앙정보국(CIA)과 재향군인회 등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다.

네이비실(Navy SEAL·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던 제프리 에거스는 "1조달러의 노력을 쏟아 부었는데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우리가 아프간에 쓴 돈을 알게 되면 오사마 빈 라덴이 무덤에서 비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이번 자료를 '펜타곤 문서'(Pentagon Papers)를 본 따 '아프가니스탄 문서'(Afghanistan Papers)로 이름 붙였다. 1971년 공개된 펜타곤 문서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분석한 보고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971년 이 문서를 근거로 미국이 베트남전쟁 개입의 구실로 내세운 통킹만 사건이 미군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WP 또한 '아프간 문서'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에 잘못된 전쟁의 책임을 물으며, "부시와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아프간전에 대해 18년 간 진실을 은폐하고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장밋빛 거짓을 말하며 승산이 없는 전쟁을 질질 끌어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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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군(ANA)이 수도 카불의 검문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2019.09.27.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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