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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무슬림 이민자는 시민권 안 준다" 인도의 '힌두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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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민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10일(현지시간) 인도 아삼주 구와하티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타이어를 불태우고 있다.  구와하티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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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인접 국가에서 인도에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의 시민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종교적 박해를 받는 소수 집단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힌두교·시크교·불교·기독교 신자들은 대상에 포함된 반면 무슬림만 제외됐다. 무슬림 탄압을 강화해온 모디 정부가 무슬림 차별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NDTV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하원은 이날 종교 박해를 피해 인도에 온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의 시민권법 개정안(CAB)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인접 국가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나라 출신 불법 이민자 가운데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믿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무슬림 이민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는 무슬림이 소수 집단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인도 무슬림들은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이미 인도에 수십년째 정착해 살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들이 퇴출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아삼주는 지난 9월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절차를 시행해 주민 3300만명 가운데 190만명을 시민명부에서 제외했다. 이들 190만명은 불법 이민자로 판정돼 무국적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는데, 대부분이 벵골족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져 무슬림을 겨냥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역사학자 무쿨 케사반은 시민권법 개정안과 관련해 BBC에 “개정안은 망명자나 외국인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적은 무슬림 시민에 대한 비합법화”라고 비판했다.

아삼주와 트리푸라주 등 동북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모디 총리 인형이나 타이어를 태우고 도로를 차단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0일에는 야권 정치인들과 학생들이 중심이 된 11시간짜리 시한부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NDTV에 따르면, 국제적 명성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 등 인도 지식인·예술인 600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권법 개정안은 NRC 등록 절차와 함께 인도 전역의 시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면서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전날에는 인도 학자 1000여명이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도의 다양성이 억압되는 게 두렵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상원 통과를 남겨 두고 있다. 상원은 하원과 달리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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