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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모탈]지옥철 대안? '한강 수상택시' 타고 잠실-여의도 출근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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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 현실화가 가장 큰 문제···인프라도 턱없이 부족

시원스런 한강 풍경과는 다르게 배를 운행하는 선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요즘 수상택시를 찾는 손님은 좀 있냐”며 말을 꺼내자 한숨 섞인 대답이 터져 나왔다.

“9호선 급행 들어오곤 뭐, 다 망했어요. 아무도 이용을 안 해.”

선장은 뜻밖에 9호선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좀 있었던” 출퇴근 수상택시 이용객이 9호선 급행열차가 들어서면서 “씨가 말랐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로 9호선 개통 이후 한강 수상 택시 이용객이 처음 감소했다. 2009년 4만6,210명에 달하던 수상택시 이용객은 2010년 들어 2만7,992명으로 60% 넘게 줄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요금 현실화가 시급한 것 같다”고 답했다. 출퇴근 요금이 12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서는 선장들 급여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강 수상택시 출퇴근 요금은 2007년과 동일한 5,000원. 요금이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다 보니 도선장 내 편의시설 운영·보트조정면허 및 면제교육기관 지정 등 부대 수익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실적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선장은 인프라 부족도 수상택시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울시엔 제대로 된 선박 수리센터 하나 없다”며 “고장이라도 나면 수상 택시를 인천 아라뱃길까지 끌고 가야만 수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배만 띄워 놨는데 어떻게 잘 다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선착장에서 회사 입구까지···심리적 거리감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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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택시가 여의나루에 승강장에 도착하기까지는 33분이 걸렸다. 출퇴근 노선의 총 길이가 16km니, 평균 시속 29km로 달린 셈이다. 선착장에 내려 또다시 만보기 앱을 켜고 걷기 시작했다. 기준점으로 삼은 ‘B 회사’ 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11분. 걸음 수는 1,073걸음이었다. 이번에는 앱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시간이 소요됐다. 횡단보도를 3번이나 건너다보니 신호 대기에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상택시로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57분. 이 중 도보 이동 시간은 24분으로 걸음 수는 1,499 걸음이었다. 중간에 환승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지만 한강공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리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많이 걸은 것처럼 느껴졌다.

■ 또 한 번 출근, 이번엔 지하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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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기자는 다시 한 번 잠실을 찾았다. 이번엔 지하철 출근 체험을 위해서였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아침 7시 20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버스로 출퇴근한다면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혹시 몰라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B 회사’까지 가는 360번 버스는 정차 없이 문만 잠시 열었다 쿨하게 지나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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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음을 옮겨 ‘A 아파트’ 정문으로 이동했다. ‘A 아파트’ 정문에서 잠실역 6번 출구까지는 2분(247 걸음)이 걸렸다. 정문이 아닌 샛길을 이용할 경우 30걸음이면 지하철 출구에 닿는다. 6번 출구로 내려가 지하철 승강장 문 바로 앞까지 걷는 덴 3분(360 걸음)이 소요됐다. 도보만 따졌을 때 여의나루 수상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할 때보다 3배 정도 덜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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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한양대역까지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이따금 운 좋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경우도 보였다. 다만 왕십리역에서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구간엔 ‘콩나물시루’ 현상이 나타났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 자리에서 크게 이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B 건물’로 이동하는 덴 9분, 걸음 수로는 1,081 걸음이 걸렸다. ‘라스트마일(최종 목적지까지의 마지막 이동 거리)’에선 수상택시를 이용했을 때보다 시간은 2분 덜, 걸음 수는 8걸음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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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수상택시 소요 시간은 동일···요금·도보 따지면 수상택시 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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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하철이 더 빠르겠지’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수상택시와 지하철 이동에 걸린 총 시간은 같았다. 그러나 수상택시를 탈 경우 10분 더 걸어야 하고 요금도 3,550원 비싸다 보니 이용객의 입장에서 지하철을 두고 굳이 수상택시를 이용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온 한강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출퇴근용으론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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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택시가 대중화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근데 한 번 살려보려고 해도, 그게 참 어려워요.”

두 번의 출근길 체험을 마치고 진짜 출근하는 길, 선장의 탄식 섞인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문득 네이버 뉴스 탭에 ‘한강 수상택시 적자’를 검색해보니 12년간 나온 기사는 고작 167건뿐이었다. 서울시가 일관된 정책 없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수상택시 사업은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었다.

한편 정수용 한강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한강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속되는 적자와 관련 “한강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한강이용인구가 수상택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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