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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조합원인 게 부끄럽다”…상처만 남긴 현대차 ‘와이파이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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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제한 보류…노조는 특근 거부 철회

세계일보

“와이파이 끊는다고 특근 거부하는 걸 두고 주위에서 비웃는다. 조합원인 게 부끄럽다.”

현대자동차 노조 게시판에는 올라온 한 글이다. 작성자는 현대차 사측이 생산라인 근무시간 동안 ‘와이파이’(일정 거리 안에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통신망) 사용을 제한하자 노조가 ‘특근 거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을 비판했다. 이처럼 노사 양측에 ‘상처’만 남긴 와이파이 사용 제한 조치가 결국 해제됐다.

11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울산공장 생산라인 근무자들이 기존처럼 24시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되돌렸다. 앞서 현대차 사측은 지난 9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 접속을 제한했다. 울산공장에서는 와이파이가 설치된 2011년부터 24시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측은 일부 근무자가 미리, 또는 늦게 작업하는 식으로 여유 시간을 확보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생기고,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한 동영상 시청이 문제가 되면서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에만 와이파이 접속을 허용하겠다’고 지난 2일 노조에 통보했다. 이어 9일부터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 접속을 차단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오는 14일 특근 거부를 예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와이파이 사용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깨고 접속을 차단한 게 핵심이다”라며 “이런 식이면 다른 단협도 깨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사측은 와이파이 접속 제한 조치를 20일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노조는 특근 거부를 철회했다. 노사는 향후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할 방침이다. 이번 일로 양측 모두 빈축을 사고 있다. 사측은 노조 반발에 물러서는 모양새가 됐고, 노조는 와이파이 사용 문제로 특근 거부 결정까지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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