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법정 선 아웅산 수치 "반군 공격 대응" 로힝야 집단학살 부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10일 '로힝야 학살' 혐의 ICJ 법정에 변호인단장으로 출석한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얀마의 실권자로 '로힝야 집단학살' 혐의를 받는 아웅산 수치(74) 국가 고문이 학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서 "미얀마군이 로힝야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 감비아가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의 지지를 받아 미얀마를 집단 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하면서 열렸다. 수치 고문은 이날 미얀마 정부 대표 대리인으로 피고인석에 섰다.

그는 "미얀마군이 국제인도법을 무시한 채 부적절한 힘을 사용했을 가능성, 전투 요원과 민간인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을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인종학살 의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비아가 로힝야의 실제 상황을 오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은 지난 10일 시작했다. 재판 첫날 원고 측은 수치 고문과 미얀마 군부가 '한통속'이라고 비난했다. 원고 측 변호사인 폴 라이클러는 최근 몇 주간 미얀마 전역에 수치 고문과 군 수뇌부 3명의 모습이 담긴 광고판이 설치됐다며 "이는 그들이 모두 협력하고 있으며 군부에 책임을 물릴 의도가 전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고 측으로 참석한 아부바카르 탐바두 감비아 법무장관은 "종족 말살을 중단할 것을 미얀마에 명령해 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수치 고문은 변호인단을 이끌고 피고석에 앉아 혐의 내용을 들었다.

로힝야 사태는 지난 2017년 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군경이 이슬람계 소수종족 로힝야를 무력으로 탄압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사망하고 74만 명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미얀마군에 의해 대량 학살과 성폭행이 자행된 로힝야 사태를 '종족 말살'로 규정했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이다.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하면서도 미얀마 군부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인 점을 인정받아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로힝야 사태를 방관하고 침묵했다는 혐의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번 재판 피고인석에 서며 사실상 대량학살 동조자로 몰락했다. 실제 수치 고문은 일부 사실로 확인된 미얀마군의 '인종 청소'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국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면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양심대사상을 철회하는 등 여러 국가 및 단체가 인권 관련 수상이나 명예시민증 수여 등은 없던 일로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