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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동아시안컵] 안방 무승 징크스는 깼으나… 밀집수비에 또 애먹은 벤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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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홍콩과의 1차전서 2-0 승리…세트피스로 2골

뉴스1

11일 오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대회 대한민국과 홍콩의 경기 후반전 나상호가 추가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회 대회 우승을 포함 총 4차례 정상에 오른 남자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안컵 최초 3연패에 도전한다. 2019.12.1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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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홍콩 남자축구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9위이다.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는 8번째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국가들 중 객관적인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본의 FIFA 랭킹은 28위이고 한국은 41위, 중국은 75위다.

'개최국'이 '약체'와 겨루는 '1차전'은 어느 팀이든 부담스럽고 실제로 고전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그래도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할 상대였다. 역시 관건은 홍콩의 밀집수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뚫어내느냐 여부에 맞춰졌는데, 쉽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의 대회 남자부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 나온 황인범의 직접 프리킥 득점, 후반 막판의 코너킥 추가골을 묶어 승점 3점을 챙겼다.

무대가 대회로 바뀌었지만 최근 대표팀이 치르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양상과 유사한 형태의 경기가 전개됐다. 홍콩은 라인을 뒤로 내리고 기본적으로 8~9명이 2줄로 진을 치고 있는 밀집수비를 펼쳤다. 그 촘촘함을 한국은 유기적인 패스로 풀어내려 했다.

'가짜 9번' 김승대를 비롯해 2선에 위치한 나상호, 김보경, 문선민 등 드리블 능력과 패싱력을 두루 갖춘 공격수들이 짧은 패스로 틈을 벌린다는 게 벤투호가 준비한 주된 루트였다. 그 뒤에서 킥이 좋은 황인범과 손준호가 지원 사격했다.

예상대로 한국만 공격했던 경기다. 숫자가 의미는 없으나 무려 80%가 넘는 점유율 속에서 내내 두드렸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거의 처음 가동되는 선수들 조합인 탓에 확실히 호흡은 매끄럽지 않았다. 때문에 패스는 끊기기 일쑤였고 답답함에 먼 거리에서 때리던 권경원이나 황인범의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찬스를 잡지 못했다.

두드리다가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내부적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전반 26분 홍콩의 첫 역습이 제임스 하의 슈팅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그 예다. 이후에도 홍콩의 역습은 우리 지역까지 넘어와서야 끝났다.

이런 와중 한국에 악재까지 발생했다. 전반 37분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김승대가 골키퍼와 크게 충돌한 뒤 일어서지 못하며 결국 들것에 실려 필드 밖으로 나왔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이정협이 대신 들어가면서 한국은 원치 않는 변화를 맞아야했다.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

투입과 동시에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던 이정협은 후반 41분 박스 근처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간수하다 상대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해냈다. 그리고 아주 좋은 위치에서 잡은 프리킥 기회에서 황인범이 기막힌 감아차기로 홍콩의 골문을 열었다.

무득점으로 후반전에 돌입했다면 더 쫓길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값진 선제골이었고 최근 폼이 떨어져 마음고생을 했던 황인범이 넣은 득점이라 또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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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대회 대한민국과 홍콩의 경기 전반전 김보경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회 대회 우승을 포함 총 4차례 정상에 오른 남자축구대표팀은 동아시안컵 최초 3연패에 도전한다. 2019.12.1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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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양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리드를 빼앗겼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홍콩이 공세를 취한 것은 아니다. 섣불리 달려들기 보다는 자신들이 준비해온 선 수비-후 역습을 도모하는 게 그들로서는 현명했다. 전반전에 2~3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는 것도 이런 선택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결국 후반전도 우리 손에 좌우될 경기였다.

아무래도 득점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기에 전반보다는 나은 전개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워졌다. 하지만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뚫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박스 외곽에서의 패스는 무난하게 연결됐으나 정작 필요한 위치, 안쪽으로 들어가는 패스 시도 때에는 번번이 막혔다. 드리블 돌파도 실패의 연속이었고 좌우 측면이나 후방에서의 크로스도 정확성이 떨어졌다. 코너킥도 10차례 넘게 시도했으나 후반 23분 김민재의 헤딩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힌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산됐다.

이기고도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던 상황에서 나온 두 번째 득점을 그래서 단비 같았다. 대표팀은 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황인범의 크로스, 김보경의 헤딩 연결, 나상호의 헤딩 마무리로 그토록 기다렸던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한국은 나머지 시간 동안 2-0 스코어를 유지하면서 대회 첫승을 신고했다. 동시에 동아시안컵에서의 징크스를 깼다.

대회 4회 우승에 빛나는 한국은 이상하게도 안방 대회에서 약했다. 2005년 대회에서 한국은 2무1패에 그쳐 4위라는 수모를 맛봤다. 두 번째 개최였던 2013년 대회에도 한국은 2무1패로 3위에 머물렀다. 홍콩전 승리가 홈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의 첫승이었다.

부담이 큰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하며 징크스도 깼으니 필요한 것은 챙긴 경기였으나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있다. 결과적으로 필드골은 없었다. 상대가 마음먹고 막고자 했을 때 계속 막힌다면 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서 계속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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