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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오염 정화 비용 1100억 추정…미국서 받아낼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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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미군기지 반환

부평 캠프 마켓 등…주민 건강권·지자체 요청 등 고려

SOFA 오염 기준 불명확…방위비 협상 카드 될 수도



경향신문

정부가 11일 반환받았다고 발표한 4개 주한미군 기지 중 하나인 인천 부평구의 캠프 마켓 일대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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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환경오염 정화 책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으로 반환이 지연됐던 미군기지 4개를 반환받았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문제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미국과 협의를 통해 정화 비용을 받아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화 비용을 먼저 우리가 부담한 뒤, 미국과 협의해 비용 부담과 책임 소재 등을 가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도 반환절차를 개시했지만 단기간 반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돌려받은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경기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강원 원주의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등 4개 미군기지는 2009~2011년 폐쇄됐다. 이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반환 절차를 시작했지만,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을 두고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커 미뤄져왔다.

미군기지 반환은 SOFA에 따라 ‘협상 개시→반환 조건·시기 협의→환경 협의→반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환경 협의 단계에서 진척이 없자 이를 건너뛰고 반환에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오염 확산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4개 기지는 유류·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캠프 마켓에선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정부 관계자는 “토양이 오염되면 지하수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그러면 정화 비용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해당 지역의 개발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고,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반환 요청을 제기하는 상황도 감안했다.

환경오염 정화 비용은 우선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정화 비용은 캠프 마켓의 A구역 773억원, B구역 75억원, 캠프 롱 200억원, 캠프 호비 72억원, 캠프 이글 20억원 등 약 1100억원으로 추정한다. 정화에는 약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

정부는 정화 비용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SOFA 관련 문서 개정 여부를 미국과 협의한다는 조건을 달고 기지를 반환받았다. 또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에 환경오염 책임을 물어 정화 비용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반환이 완료된 미군기지 54개 중 25곳(정화 비용 약 2000억원)에서 미국이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이는 SOFA 합의문서에 관련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는 2001년 “미국은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한 실질적인 위험’(KISE)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KISE를 두고 한·미의 기준이 다르다. 한국은 ‘약 25년 동안 노출(70년 거주)됐을 때 1만명 중 1명에게 암이 발생하는 위해도’로 본다. 그러나 미국은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이라고 주한미군사령관이 결정한 경우에만 치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이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방어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미국이 기지 반환 정화비를 방위비 분담금 항목 속에 넣어서 하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염정화 비용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절차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수립된 용산공원 조성 사업계획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만 반환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환계획을 수립하고 환경 조사 및 협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문제가 미국과 합의되지 않으면 장기간 반환이 지연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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