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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설]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4+1`로 짬짜미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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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4+1)이 10일 자유한국당을 빼고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뛰어넘어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는 4+1협의체가 500조원이 넘는 예산을 밀실심사한 뒤 통과시킨 것이다. 더구나 여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실속을 챙기고도 예산 증감과 관련한 아무런 자료도 남기지 않았다. 또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의결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던 기존 관행까지 깨면서 예산안을 먼저 상정하는 등 여당 편을 들어줬다. 국회가 적법 절차와 민주적 규범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4+1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핵심인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마저 짬짜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정권 연장과 안위를 지켜줄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군소 정당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정치적 흥정을 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실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 땐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 여당과 군소 정당들이 내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의석수 감소를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인구 기준을 현행 '선거일 15개월 전'에서 '선거일 전 3년 평균' 등으로 바꾸려는 것도 이런 셈법에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은 4+1협의체가 예산안 처리처럼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중 선거제도 개편안은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것이고, 공수처법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이다. 이처럼 중요한 법안을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빼고 강행 처리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올라온 패스트트랙 법안에는 극단적인 정치세력의 국회 진입 배제나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 보장 등이 빠져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 국회는 이제라도 정치력을 발휘해 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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