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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세균, 차기 총리 급부상 "난 김진표 밀었는데 불똥 내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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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주말 문 대통령 만나 고사

종로 지역구엔 이낙연 출마 거론

쌍용·산자부 장관 출신 정세균

경제총리 컨셉트는 살려나가

가와무라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이 총리, 이달 중 사임한다 전해와”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가 1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 전 의장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고 여권 핵심 인사가 전했다. 당초 총리 후보 지명이 유력했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고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이 핵심 인사는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정 전 의장을 추천했고, 청와대가 검증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진보 진영의 반발 때문에 뜻을 접었다. 김 의원의 검증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경실련 등은 과거 그가 법인세 인하와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한 이력 등을 문제 삼아 지명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이 스스로 총리직을 맡지 않기로 한 것이다. 총리로 입각할 경우 다섯 곳이 걸린 경기도의 핵심 지역, 수원 선거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도 고사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인 정 전 의장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 이낙연 총리가 이곳에서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진보진영 반발, 총선 때 수원 공백 우려 … 김진표 카드 접었다

중앙일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1일 아주대병원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차기 총리로 정 전 의장을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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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와 ‘정치1번지’(서울 종로) 의원이 서로 역할을 바꾸게 될까.

전북 진안 출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5년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총선 때 전북 무진장(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만 내리 4선을 역임하고, 2012년 19대 총선부터 지역구를 종로로 옮겨 야권 거물(홍사덕·오세훈)을 연거푸 꺾었다. 6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열린우리당 의장(2007년), 민주당 대표(2008년) 등을 역임했다.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김진표 의원에 이어 경제총리 콘셉트를 살려나가는 카드일 수 있다. 그는 정계 입문 전 쌍용그룹에서 상무까지 재직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엔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실물 경제를 다룬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집권 중반기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부각하는 데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 제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음은 문답.

Q : 총리 얘기가 나오는데.

A : “내가 김진표 의원을 밀었잖아. 김진표 불똥이 나한테 와.”

김 의원이 뜻을 접으면서 본인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Q : 청와대에 ‘검증 동의서’를 냈나.

A : “그런 건 안 했어.”

Q : 총리 제안을 받았나.

A : “글쎄 뭐…. 거론되긴 한 것 같다.”

Q :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 받아들일 건가.

A : “김진표 의원을 내가 밀었잖아.”

정 전 의장과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줄곧 한 배를 탄 사이였다. 정 전 의장이 민주당 대표 시절 김 의원이 최고위원을 지냈다. 당초 김 의원을 추천하는 입장이었으니 입장이 곤혹스럽다는 뜻의 발언이었지만, 고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Q : 국회의장이 총리를 맡은 전례가 없다.

A : “아이고, 그런 얘기는…. 총리 문제는 내가 지금 얘기하기 조심스럽다.”

Q : 종로 지역구 선거는 어떻게 되나.

A : “내가 쭉 종로 선거를 준비해 왔잖아. 지금도 지역구 행사에 가는 중이다.”

정 전 의장과 이 총리의 ‘임무 교대’ 시기는 임박한 상태다. 이 총리가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내년 1월 16일 전(선거일 90일 전)까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후임 총리 후보자 검증부터 표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 한 달 이상이라고 볼 때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지명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조만간 이 총리 후임자를 발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외의 장소에서도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은 이날 도쿄 강연에서 “이 총리가 1주일 전쯤 전화로 ‘이달 중 사임할 것’이라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가와무라 간사장이 ‘이 총리의 사임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총선이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 전 의장의 지명 여부도 결국 지지층 여론의 향배에 달렸다. 국가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의전 서열 5위)로 지명된다면 야당이 ‘국회 무시’라며 반발할 수도 있다. 총리는 장관과 달리 인사청문회 후 인준표결을 거쳐야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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